대반격으로 엄청난 것 내놔야?…우크라, 서방 기대에 부담감

입력 2023-05-07 17:49
수정 2023-05-07 17:59
대반격으로 엄청난 것 내놔야?…우크라, 서방 기대에 부담감

우크라 국방장관 "반격 계획 과대평가…사람들, 엄청난 것 기다려"

무기 지원국 입장선 자국민 설득할 '성과' 기대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우크라이나에서 봄철 '대반격' 결과가 서방 국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내부 우려가 나온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봄철 대반격이 자칫 실패로 돌아갈 경우 서방의 군사 지원이 끊기거나, 러시아와 원치 않는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WP는 전했다.

WP는 서방의 무기·훈련 지원을 바탕으로 계획된 대반격은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회복하고, 서방의 지속적인 지원을 받을 가치가 있음을 증명하기 위한 것으로, 이번 전쟁의 가장 중요한 국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러시아군이 900마일(약 1천448㎞)가량의 전선 전역에 고도로 요새화한 방어선을 구축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어디까지 진격할 수 있을지 가늠하긴 어렵다고 WP는 짚었다.

우크라이나 고위 관료들은 '어떤 결과가 서방, 특히 미국을 만족시킬 만한지'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지난주 한 인터뷰에서 "국제 사회에서 우리의 반격 계획이 과대 평가돼 있다"며 "대부분의 사람이 엄청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WP는 앞서 우크라이나가 수도 키이우를 점령하려는 러시아의 시도를 격퇴하고, 작년 가을 북동부 하르키우와 남부 헤르손 지역을 러시아로부터 수복한 전력이 있어 이번 봄철 대반격에 대한 국제 사회의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레즈니코프 장관도 이런 '성과' 때문에 파트너들이 "다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공동의 기대"를 갖게 됐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서방 지원국이 "우리 국민에게 보여줄 새로운 성공 사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며 "이 '성공'이 어느 정도 규모일진 말하기 어렵다"라고 반문했다.



WP는 봄철 대반격이 성공할 경우 서방으로부터 더 많은 무기·탄약을 지원받을 수 있고, 우크라이나 군과 민간인의 사기를 진작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여러 '성공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WP는 우크라이나의 주요 목표 중 하나이자 성공의 초기 신호는 러시아 본토와 러시아 점령지인 크림반도 사이의 육교를 끊어 남부 자포리자주(州) 내 러시아 군대의 중요 보급선을 차단하고, 반도 내 러시아 기지를 고립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점령지 내에 있는 유럽 최대 규모의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와 헤르손의 수력발전소 등 주요 인프라 시설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는 것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WP는 우크라이나가 해군 작전이나 해상 상륙을 통해 크림반도 자체를 공격하거나, 동부 격전지인 바흐무트 혹은 쿠피안스크 지역을 통해 동쪽으로 진격해 루한스크 지역을 수복하는 시나리오도 거론했다.

특히 러시아 민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탄약 부족 등을 이유로 바흐무트에서 철수하겠다고 주장해 우크라이나로선 호재가 될 수 있다.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준비가 탄탄히 돼 있다는 입장이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앞서 WP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공중전에서 지고 있다"며 미국의 F-16 전투기 지원을 요청했다.

레즈니코프 장관 역시 방공망 확충이 "최우선 순위"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장사정포 지원도 바라고 있다.

레즈니코프 장관은 헤르손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타격 능력 부족을 알고 있기에 "지휘소나 연료 저장소, 탄약고를 모두 120㎞ 이상 거리로 철수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사거리 150㎞의 미사일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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