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 절전한다며 찰스 대관식에 오페라하우스 점등 취소

입력 2023-05-07 12:05
호주 시드니, 절전한다며 찰스 대관식에 오페라하우스 점등 취소

9천만원 절약 효과…"노동당 주정부, 대관식 의미 축소 시도" 비판도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 정부가 전기를 아낀다며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대관식을 기념하기 위한 오페라 하우스 점등 계획을 취소해 논란이 되고 있다. 호주는 영국 국왕을 헌법상 국가 원수로 삼고 있다.

7일(현지시간)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 등에 따르면 호주는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을 기념하기 위해 주요 건물들에 영국 왕가를 상징하는 보라색 조명을 켰다. 하지만 호주의 가장 유명한 상징물인 오페라 하우스는 예외였다.

오페라 하우스는 그 자체로도 유명하지만, 중요한 날에는 돛 모양의 흰색 건물 외벽을 다양한 조명으로 장식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 때는 외벽에 검은 조명을 켜고 여왕의 사진을 띄우기도 했다.

NSW주 정부는 전기를 아끼기 위해 오페라 하우스 점등 계획을 취소했다며 "공공 비용을 염두에 두면서 지역 사회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측면에서 균형을 이뤘다고 믿는다"라고 밝혔다.

대신 시드니에 있는 호주 총독 관저인 애드머릴티 하우스와 호주 국립 해양 박물관의 케이프 볼링 그린 등대를 보라색 조명으로 꾸몄다.

디오스트레일리안은 오페라 하우스 점등 행사를 취소해 8만∼10만 호주달러(약 7천120만∼8천900만원)를 절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NSW주 정부가 최근 치러진 총선에서 공화제를 지지하는 노동당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이번 대관식의 의미를 축소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유당의 제인 흄 연방 상원의원은 "전기 절약이 그렇게 중요하면 다른 방법도 많다"라며 매우 부적절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오페라 하우스는 불을 밝히지 않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70년 만에 열리는 대관식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가 진행됐다. 국회의사당과 호주 전쟁기념관 등은 보랏빛 조명으로 꾸며졌으며, 다른 주 정부들도 주요 건물들을 보라색 조명으로 밝혔다.

또 이날 국회의사당에서는 호주군 병사들이 21발의 예포를 발사하고 호주 공군은 추가 비행을 진행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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