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대관식] '역사와 왕실의 추억' 담긴 왕비·왕세자빈 의상
커밀라비, 19세기 목걸이…왕세자빈은 故다이애나빈 장신구 착용
'여성 최초 어검 운반' 모돈트 의장에도 눈길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70년 만에 열린 영국 국왕의 대관식에서는 왕가 일족이 영국의 상징과 왕실의 추억을 담은 차림으로 등장해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찰스 3세의 부인인 커밀라 왕비는 이날 영국 디자이너 브루스 올드필드가 만든 상아색 무광 실크 드레스를 입었다.
커밀라 왕비의 의상을 10년 넘게 만들어온 브루스 올드필드는 찰스 3세의 첫 부인인 다이애나빈의 드레스를 만든 적도 있는 인물이다.
왕비의 대관식 의상에는 자연과 시골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는 들꽃 자수가 놓였고, 금은실로 표현된 멧비둘기 등도 들어갔다. 또 장미(잉글랜드), 엉겅퀴(스코틀랜드), 수선화(웨일스), 토끼풀(북아일랜드) 등 영국을 상징하는 꽃 자수도 들어갔다.
보석으로는 1858년 빅토리아 여왕 때 만들어진 다이아몬드 25개짜리 목걸이와 귀걸이가 등장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1953년 대관식 때 착용한 장신구기도 하다.
커밀라 왕비 드레스의 네 종류 꽃장식은 찰스 3세의 맏며느리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의 알렉산더 맥퀸 드레스에도 달렸다.
왕세자빈은 하얀 색 맥퀸 드레스 위로는 로열블루와 빨간 색이 화려하게 어우러진 공식 예복을 걸쳤다. 빨강, 하양, 파랑은 왕세자빈이 4∼5일 시민들 앞에 설 때 차례로 입은 의상 색깔들로 영국 국기 '유니언 잭'을 연상시킨다는 평을 받았던 조합이다.
그는 작고한 시어머니 다이애나빈이 생전 썼던 진주·다이아몬드 귀걸이를 하고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왕세자빈은 또 선왕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즉위 전 20대이던 시절 조지 6세 국왕으로부터 받아 애용한 페스툰 목걸이도 착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BBC 방송은 전했다.
보석 전문가 조앤나 하디는 "그것이 바로 보석의 아름다움"이라며 "보석에는 사람들과 기억들이 담길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사학자이자 왕실 복식 전문가인 벤저민 와일드 박사는 이날 국왕과 왕비를 제외한 왕실 가족 중 왕관을 쓰고 나타난 사람이 없다는 점에 주목해 "왕관을 벗는 것은 군주제를 더 현대적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의 하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찰스 3세의 아홉 살짜리 손자인 조지 왕자는 금색 레이스 장식과 푸른 벨벳 소매가 달린 진홍색 튜닉등 전통적인 제복 차림이었다.
올해 8세인 샬럿 공주는 어머니인 미들턴 왕세자빈의 드레스와 머리 장식을 '미니 버전'으로 따라 했고, 5세인 루이 왕자는 옷깃과 소매에 장식이 있는 푸른 암사슴 가죽 튜닉 차림이었다.
이날 찰스 3세 국왕에게 보검을 전달한 페니 모돈트 추밀원 의장(보수당 하원 원내대표)의 '포스'도 화제가 됐다.
여성 최초로 왕실을 상징하는 보검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은 모돈트 의장은 대관식 내내 길이 121㎝, 무게는 3.5㎏에 달하는 큰 검을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들었다.
BBC는 소셜미디어(SNS)에서 모돈트 의장의 힘과 지구력을 칭찬하는 반응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정치적 입장과 무관하게 페니 모돈트는 정말 인상적"이라고 했고, TV 진행자인 댄 워커는 "모돈트 의장을 올림픽에 출전시키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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