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도 버텼는데"…美작가조합 파업에 LA 등 지역경제 '타격'

입력 2023-05-05 10:21
"코로나도 버텼는데"…美작가조합 파업에 LA 등 지역경제 '타격'

파업 사흘째 지속…소품업체·급식업체 등 일감 끊겨

15년전 파업 때는 2조원대 손실…상공인들 "협상 빨리 타결되기를"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미국작가조합(WGA)의 파업으로 할리우드 방송·영화 제작이 거의 중단되면서 로스앤젤레스(LA)를 비롯해 관련 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캘리포니아 지역 경제에도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

4일(현지시간) LA타임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특히 소품 제작 등을 하는 소규모 수공업체들과 촬영 현장에 음식과 커피 등을 공급하는 케이터링 업체 등 서비스 업종 종사자들이 일감이 끊겨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들은 2년여간 지속된 코로나19 시기를 힘겹게 버텼는데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며 이번 파업이 얼마나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LA 노스 할리우드에서 소품 제작업체 '히스토리 포 하이어'(History for Hire)를 운영하는 팸·짐 일리야 부부는 이번 파업이 지속되는 동안 매월 수억원대의 매출을 잃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은 근래 업황이 침체하면서 이미 1년 전보다 수익이 40%가량 줄어든 상태였는데, 건물 임대료와 전기요금 등 비용은 계속 오르면서 경영난으로 지난 3월 직원 2명을 해고했다고 하소연했다.

팸 엘리야는 "코로나19도 우리를 죽이진 않았는데, 이 파업이 우리를 죽이는 것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영화 세트에 거울과 그림 액자 등을 공급하는 업체 '유-프레임-잇 갤러리'의 애드리아나 크루즈-오캄포 사장도 파업의 교착 상태가 속히 끝나기를 기도하는 촛불을 집에 켜놓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끔찍했던 시기인 팬데믹에서 이제 막 돌아왔다"며 "파업이 너무 길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영화·TV 세트에 꽃 소품을 공급하는 '샌디 로즈 플로럴'의 코리 레벨은 당장 사업 구조를 바꿔 다른 꽃가게들처럼 결혼·장례식장을 대상으로 영업하기는 어렵다면서 "양측이 협상 테이블을 유지하고 노력해 나가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회계·자문업체 KPMG의 미디어산업 부문 책임자인 스콧 퍼디는 "대본 집필은 여러 제작 과정의 맨 첫 단계에 있고, 그 후방 효과는 엄청나다"며 "컨베이어 벨트의 정지 버튼을 누른다고 생각해보라. 그 경제적 영향은 승수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밀컨 연구소에 따르면 2007년 11월부터 2008년 2월까지 100일간 이어진 WGA의 파업은 캘리포니아 경제에 약 21억달러(약 2조8천억원)의 손실을 입힌 것으로 집계된다.

15년여 만인 WGA의 파업은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넷플릭스, 아마존, 애플, 디즈니, 디스커버리-워너, 파라마운트 등 대기업들로 구성된 영화·TV제작자연맹(AMPTP)과의 고용 협약 교섭이 지난 1일 밤 최종 결렬되면서 WGA 소속 작가 1만1천500여명은 2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양측의 여러 쟁점 가운데 임금 인상 등 보상 수준 개선에는 AMPTP 측이 전향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작품당 고용 작가 수 확대와 최소 고용 기간 보장, 인공지능(AI) 개입 차단 등 문제에서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밥 배키시 파라마운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WGA 파업에 관해 "우리는 많은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며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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