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성폭행 소송 낸 여성에 "미친 정신병자"…영상 증언
'성추문 입막음' 형사재판 연방법원으로 옮겨달라 요청도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7년 전 자신으로부터 성폭행당했다며 민사소송을 낸 여성을 정신병자로 매도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4일(현지시간) AFP·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에서 공개된 영상 증언을 통해 패션잡지 엘르의 칼럼니스트였던 E. 진 캐럴을 가리켜 "미치광이(nut job)"라며 그의 주장이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캐럴은 지난 1995년 또는 1996년 뉴욕시 맨해튼의 한 백화점 탈의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고 2019년 폭로했다.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폭로 내용을 전면 부인하며 자신을 조롱하자 명예훼손 소송을 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영상 증언에서 "그는 거짓말쟁이이고 정말로 아픈 사람이다. 정신적으로 아프다"라며 "그는 내 타입이 아니다"는 언급을 반복했다.
아울러 "그는 결코 발생한 적이 없는 일을 내가 했다고 말한다. 난 그 미치광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라며 모르는 사이라고 주장했다.
영상 증언은 지난해 10월 녹취된 것으로, 이날 배심원단을 위해 법정에서 공개됐다.
이에 앞서 전날 재판에서는 캐럴의 친구인 전직 언론인 캐럴 마틴이 증인으로 출석해 캐럴이 성폭행 직후 자신에게 한 말을 증언했다. 마틴은 캐럴이 "난 맞서 싸웠다"고 말했지만, '성폭행'이라는 단어를 명확하게 거론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민사 재판에 직접 출석하지 않을 것이 유력하지만, 그는 이날 아일랜드의 골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마도 출석할 것"이라며 법정에 직접 나갈 가능성도 내비쳤다.
한편, 지난 3월 말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으로는 사상 최초로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형사 재판을 뉴욕주 지방법원이 아닌 연방법원에서 진행할 것을 요청했다고 변호인이 이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사건의 재판을 맡은 후안 머찬 뉴욕주 지방법원 판사가 자신을 혐오하는 '반(反) 트럼프' 법관이라고 주장해왔다.
만약 법원 이전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기소를 주도한 앨빈 브래그 맨해튼지방검찰청장뿐 아니라 연방 검찰도 재판 과정에 동참한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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