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드인] "고사양 PC도 버벅"…불량 최적화 게임에 뿔난 소비자들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불량한 최적화 때문에 고사양 PC를 동원해도 제대로 즐기기 힘든 게임이 북미·유럽 시장에서 잇따라 나오면서 소비자들의 원성도 커지고 있다.
6일 글로벌 게임·영화 종합 평점 사이트 '메타크리틱'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 산하 스튜디오 아케인 오스틴이 지난 2일 내놓은 일인칭 슈팅게임 '레드폴' PC판의 평론가·언론 매체 평점은 '낙제점' 수준의 58점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PC 게임 플랫폼 '스팀'에 달린 1천여 건의 이용자 리뷰 역시 '추천' 대 '비추천' 비율은 3:7에 달한다.
레드폴에 대한 시장의 혹평에는 게임 자체의 부족한 완성도 문제도 있지만 미흡한 최적화가 한몫했다.
게이머들은 비슷한 수준의 그래픽을 가진 게임을 원활히 돌리는 PC에서도 게임이 툭툭 끊기거나, 초당 프레임 수가 떨어지면서 제대로 플레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일부 이용자들에 따르면 이런 현상은 현존하는 PC용 그래픽카드 중 최고 사양인 'RTX 4090'을 장착한 PC에서도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초 나온 '호그와트 레거시', '와룡: 폴른 다이너스티',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1' 등의 대작 PC·콘솔 게임도 출시 초기 미흡한 PC판 최적화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들 게임은 콘솔 기기에서는 원활하게 돌아가 게이머들의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유독 PC판에서는 불안정한 최적화를 보이며 "PC 게임 팬은 홀대하는 거냐"는 비판에 휩싸였다.
올 상반기 기대작 콘솔 게임으로 꼽힌 '스타워즈 제다이: 서바이버' 역시 지난달 28일 발매 직후 PC판 최적화 문제가 불거졌다.
'서바이버' 제작에 참여했던 개발자 델 워커는 소비자들의 질타에 "콘솔로 게임을 만들 때는 하나의 기기에만 맞추면 되지만, PC는 900개 이상의 (부품) 조합을 신경 써야 한다"며 "(최적화는) 게으름 때문이 아니라, 정말로 정말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라고 트위터에서 해명하기도 했다.
한국 게임업계도 이런 상황이 남의 일만은 아니다.
넥슨, 엔씨소프트[036570], 크래프톤[259960], 네오위즈[095660] 등을 여러 대형 게임사가 빠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북미·유럽 시장을 노린 PC·콘솔 게임 출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 시장에서는 오랫동안 PC가 주류 플랫폼이었던 만큼, 콘솔 중심인 서구권과 비교해서는 PC판 품질관리(QA)에 더 신경 쓸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하지만 크래프톤의 북미 자회사가 개발해 지난해 말 출시된 '칼리스토 프로토콜'도 발매 초기 PC판 최적화 문제로 혹평을 받았던 점을 고려할 때 안심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국내 게임사 개발자는 "PC게임 최적화가 콘솔에 비해 까다로운 것은 사실"이라며 "물론 최적화를 돕는 기술도 많아졌지만, 출시 일정에 쫓기듯 제작하다 보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이머들이 PC 부품 가격 상승으로 과거보다 최적화에 민감해진 만큼, 게임사들도 개발 초기 단계부터 최적화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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