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치하 통제 강화로 중국 출국금지 급증…최소 수만명"
국제인권단체 "인권운동가·변호사·소수민족 등 무더기 출금"
로이터 "美민츠그룹 간부 출금…개방 기조와 엇박자"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치하의 중국이 통제를 강화하면서 출국금지 대상자가 급증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일 보도했다.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이날 발간한 '갇혀버린: 중국의 출국금지 사용 확대' 보고서에서 "투명한 공식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중국에서 최소 수만 명이 출국금지 상태에 놓인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 중 많은 출국금지는 불법이며 세계 인권 선언의 이동의 자유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융 분쟁에 연루된 일반 중국인 외에도 인권 운동가, 변호사, 신장위구르자치구 소수민족 등이 출국금지 대상자라고 밝혔다.
또 2016∼2018년 채무로 인해 출국금지된 사람만 3만4천명이며 이는 2013∼2015년보다 55% 늘어난 것이라고 전했다.
이 단체는 2018년부터 현재까지 중국에서 출국금지 조치를 허가하는 법이 최소 5개 제정·개정되면서 출국금지 관련 법이 총 15개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나온 한 학술보고서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19년까지 중국에서 출국금지를 당한 외국인이 128명(미국인 29명, 캐나다인 44명)이라고 전했다.
로이터는 이 단체 보고서와 별도로 중국 최고인민법원 자료를 자체 분석한 결과 2016년부터 지난해 사이에 출국금지를 언급한 사건이 8배 급증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출국금지를 언급한 대부분의 사례는 형사가 아닌 민사 사건이었다며, 이에 비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일부 범죄 용의자에 대해 여행 제한을 가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중국이 3년간의 '제로 코로나'에서 벗어나며 경제 회복을 위해 외국인 투자 유치에 팔을 걷어붙인 상황에서 외국 기업인도 출국 금지 대상에 포함돼 대외 개방 기조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기업실사업체 민츠그룹의 싱가포르 국적 간부가 최근 출국금지를 당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앞서 중국 당국은 지난 3월 민츠그룹의 베이징 사무소를 급습, 중국 국적 직원 5명을 연행하고 해당 사무소를 폐쇄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미국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의 상하이 사무소를 급습해 직원들을 조사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26일에는 간첩 행위의 범위를 대폭 넓히는 방향의 반(反)간첩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오는 7월 1일 시행되는 해당 법은 특히 중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조사받는 누구라도 출국금지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주중 미국상공회의소의 정책위원회 위원장으로 베이징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는 레스터 로스는 로이터에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 이러한 출국금지의 위험이 더욱 도드라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과 단체 사이에서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우리에게 위험을 줄이고 대비하는 방법에 대해 자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주재 외국 기업들은 "국가안보를 해치거나 국가이익에 중대한 피해를 초래하는 경우 출국금지를 가할 수 있다"고 한 반간첩법의 모호한 문구와 강화된 감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외르그 부트케 주중 EU상공회의소장은 "불확실성이 크다"며 "기업 실사를 할 수 있겠느냐. 명확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U상공회의소는 로이터에 보낸 입장문에서 "중국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기업의 신뢰를 회복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때에 출국금지는 매우 엇갈린 신호를 보낸다"고 지적했다.
중국에서 2년간 출국금지 됐다가 2017년 탈출에 성공한 뒤 미국에 망명한 인권운동가 샹리는 로이터에 "그들은 당신이 중국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려고 어떠한 이유도 찾아낼 수 있다"며 "중국은 법치국가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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