껄끄러워서…찰스 대관식에 빈살만 불참·북한은 대사급 1명만
"러·벨라루스·이란 등엔 초대장도 안 보내"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나흘 앞으로 다가온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대관식에 세계 주요국 정상이 총출동할 예정인 가운데 불참이 확정된 인사들의 명단도 속속 추가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6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치러지는 대관식에는 세계 약 100개국 정상과 203개국 대표단을 비롯, 2천200명이 넘는 인원이 초대됐다.
작년 9월 열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보다는 작지만 70년 만에 열리는 이번 대관식에 참석하는 세계 지도자들의 수는 결코 적다고 보기 힘들다고 WP는 평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당국자는 영국과 껄끄러운 관계이거나 국교가 단절된 일부 국가 정상에는 초대장을 발송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런 국가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이를 도운 벨라루스, 이란 등을 포함해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고 이 당국자는 말했다.
북한의 경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아닌 대사급 인사에게만 초대장을 보냈다고 한다.
이 당국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의혹 등으로 서방과 불편한 관계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불참하고, 다른 왕자가 대관식에 참석하기로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본인 대신 대리인을 참석시키기로 한 주요국 정상 중에는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도 포함돼 있다.
이달 14일 대선을 앞두고 선거운동에 전념 중인 그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도 현장 보안 태세를 둘러싼 이견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은 바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찰스 3세의 대관식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이끄는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미국 독립전쟁(1775∼1783년)을 거쳐 영국의 식민지에서 주권국으로 올라선 역사가 있는 미국 역대 대통령은 전통적으로 영국 국왕의 대관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엘리자베스 2세의 장례식에 직접 참석했던 나루히토(德仁) 일왕과 부인 마사코 왕비도 이번에는 동생인 아키시노노미야 후미히토 왕세제 부부를 대신 보낼 예정이라고 영국 언론은 보도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왕실을 유지 중인 약 20개국에도 초청장이 발송됐다.
영국 국왕 대관식은 '신 앞에 치러지는 왕실과 국민의 성스러운 의식'으로 간주돼 지금껏 외국 왕족을 초청한 적이 없지만, 변화한 시대에 걸맞게 낡은 전통을 혁파한 것이라고 한다.
이 중 덴마크와 노르웨이 왕실 등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왕세자나 왕세녀를 국왕 대신 참석시키기로 했다.
영국 왕실 가족 중에서도 일부는 이번 대관식에 참석하지 않는다.
2020년 왕실을 떠났고 올해 초 자서전 '스페어'를 출간해 찰스 3세 국왕 등 다른 왕실 가족과의 관계가 더욱 틀어진 해리 왕자는 참석 의사를 밝힌 반면, 아내 메건 마클과 아들 아치, 딸 릴리벳은 미국 캘리포니아 집에 머물며 대관식에 불참할 것으로 전해졌다.
BBC 방송은 찰스 3세 국왕의 동생 앤드루 왕자와 이혼한 세라 퍼거슨도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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