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름에 정부정책 불만…세계 각국서 노동절 집회 잇따라

입력 2023-05-02 11:00
고물가 시름에 정부정책 불만…세계 각국서 노동절 집회 잇따라

佛선 '연금개혁 반대' 화염병 시위…경찰 100여명 다치고 수백명 체포

日선 방위예산 증액 비판 시위…'에너지난' 쿠바는 퍼레이드 취소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지난 5월 1일 노동절을 맞아 세계 곳곳에서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고 정부의 노동정책을 비판하는 시위가 열렸다.

프랑스 파리에선 정부의 연금 개혁안에 반대하는 일부 시위대가 화염병을 들었고, 독일·이탈리아 등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노동자들이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냈다.

공산국가인 쿠바에선 에너지 가격 상승과 경제 부진 탓에 공식 연례행사였던 대규모 퍼레이드가 취소됐다.

1일(현지시간) AP, AFP, 로이터 통신 등 보도를 종합하면 코로나19 거리두기가 사라진 세계 각국에선 이날 노동절을 기념해 노동단체와 시민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특히 프랑스에선 노동절을 맞아 정부의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전국 곳곳에서 벌어졌다.

정년 연장에 반대하며 연합 전선을 구축한 프랑스 주요 노동조합이 노동절에 전국 300여곳에서 시위를 조직했다. 참가 인원은 정부 추산 78만2천명, 노조 추산으로는 230만명에 달했다.

정부 추산 11만2천명, 노조 추산 55만명으로 가장 많은 인파가 모인 수도 파리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화염병과 폭죽을 던졌다. 경찰은 이에 대응해 최루가스와 물대포를 쏘며 시위대를 진압했다.

프랑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날 시위 대응 도중 다친 경찰은 최소 108명, 시위 현장에서 체포된 사람은 최소 291명이다.

다른 여러 국가에서도 노동절 맞이 대규모 집회·시위가 열렸다.



독일 전역에서는 30만명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기념집회를 열어 노동쟁의권 제한 반대, 주4일제 도입, 산업별 협약임금 적용, 최저임금 인상 등을 촉구했다.

슈투트가르트에서는 폭죽과 돌 등을 던지는 시위대를 상대로 경찰이 페퍼 스프레이와 곤봉을 사용하는 등 일부 시위 현장에서 충돌이 빚어졌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날 정부가 발표한 기본소득 축소와 노동시장 유연화 조치 등에 반발해 수도 로마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시위에 나섰다. 일부는 정부 건물에 계란을 투척하기도 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도 라틴계 이민 노동자 수백명이 노동절을 맞아 가두 행진을 벌였다. 참가자들은 노동조건 및 임금 개선, 불법체류 이민자 노동권 보장, 성 노동 합법화 등을 촉구했다.

일본 도쿄에서는 노동단체, 야당 의원 등 수천 명이 노동절 집회를 열고 물가 상승 대응과 코로나19 피해 복구를 위한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또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추진하는 방위예산 2배 증액 계획을 비판하며 그 돈을 사회보장과 민생 안정을 위해 써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공산 국가 쿠바에선 유명했던 연례 노동절 퍼레이드 행사가 올해는 열리지 않았다.

쿠바는 1959년 쿠바 혁명의 의미를 기리고자 매년 노동절 수도 아바나 혁명광장에서 대규모 행사를 개최해왔지만, 최근 몇주 사이 에너지 부족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울 지경에 이르면서 행사를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홍콩에서는 노동절 집회를 신청했던 전 노동단체 위원장이 4시간 동안 실종됐다가 돌아온 뒤 신청을 철회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홍콩프리프레스(HKFP) 보도에 따르면 조 웡 전 홍콩직공회연맹(HKCTU)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연행됐다가 풀려난 뒤 500명이 참석하기로 한 노동절 집회 신청을 철회했다.

국가보안법 시행 후 집회와 시위가 사라졌던 홍콩에서 올해 들어 소규모 집회가 일부 다시 허용되고 있지만 참가자들은 목에 식별을 위한 번호표를 걸어야 하는 등 엄격한 통제를 받고 있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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