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 초대형IB 목표 먹구름…업계서 오너 리스크 질타

입력 2023-05-02 10:39
키움증권, 초대형IB 목표 먹구름…업계서 오너 리스크 질타

증권사 오너 불공정거래 연루 의혹 일파만파…업계 "처음있는 일"

초대형IB 신청 앞두고 오너리스크 악재…키움 고객 비난 이탈 조짐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폭락 사태와 관련한 불공정거래 의혹 사건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연내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발돋움하려던 키움증권[039490]의 사업계획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증권업계 안팎에서는 대형증권사 사주가 불공정거래 의혹 사건에 이름이 거론되는 건 처음이라며 비판 여론이 거세다. 일부 개인 고객은 이탈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 유례 찾기 힘든 증권사 오너 불공정거래 연루 의혹

2일 증권가에선 대형증권사 사주가 시세조종과 미공개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건 이례적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물론 증권사 사주나 최고경영자(CEO)가 불공정거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일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윤경립 유화증권[003460] 대표는 상속세를 피하려 부친이 소유한 주식을 회사 임직원들에게 사게 한 혐의로 불구속으로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윤 대표는 임직원과 짜고 거래하는 통정매매 수법을 사용했다. 그는 창업주인 부친의 지분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120억원 상당의 자사 주식 약 80만주를 회사 임직원들과 가격과 물량을 사전에 협의해 주고받는 방식으로 거래한 혐의로 기소돼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진국 전 하나금융투자(현 하나증권) 대표는 2017년 2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애널리스트에게 '(공표 전) 기업분석 보고서 관련 종목을 미리 알려달라'고 한 뒤 해당 주식을 매수했다가 보고서 공표 후 매도하는 방식으로 47개 종목을 매매해 1억4천500만원의 부당이익을 얻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다만 이들은 오너 일가이지만 증권사 규모가 중소형이거나, 의혹 당사자가 전문경영인이라는 점에서 사건의 파급력은 이번 사태에서 거론되는 키움증권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 사주가 의혹의 한가운데에서 이번처럼 집중 조명을 받는 건 처음 있는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지난달 20일 시간외 대량 매매(블록딜)로 다우데이타[032190] 140만주(3.65%)를 주당 4만3천245원에 처분해 605억원을 확보했다. 매각 주관은 해외 투자은행(IB)에서 담당했으며, 김 회장 지분은 외국계 펀드·기관이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록딜 이후 2거래일 만인 지난달 24일 다우데이타 주가는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마치 폭락을 예견한 듯한 매도 타이밍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라덕연 씨 등 작전세력과의 연루설이나 키움증권 차액결제거래(CFD) 계좌에서 발생하는 특이사항을 미리 인지했을 가능성 등 김 회장에 대한 다양한 '설'들이 제기되고 있다.

김 회장은 16년 전인 2007년에도 다우데이타 주식을 고점에서 매도한 사실이 최근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당시 김 회장의 매도 직후 다우데이타 주가는 바로 하한가로 폭락했다.



◇ 초대형IB 인가 어려울 듯…고객 일각선 "개인이 키워줬는데 배신"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이번 분기 안에 초대형 IB 인가 신청을 하고 연내 인가를 받을 계획을 내부적으로 세워두고 있었다.

초대형 IB를 신청하려면 별도 기준 자기자본 4조원을 충족해야 한다. 작년 말 기준 키움증권의 자본총계는 4조691억원을 기록해 신청 자격은 갖춘 상태다.

초대형 IB가 되면 증권사가 자기자본의 2배 한도 내에서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할 수 있어 시장의 유동성 위기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006800]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005940], KB증권 등 4곳뿐이다.

키움증권도 초대형 IB를 신청하기 위해 공을 들여왔으나, 김 회장이 검찰과 금융당국의 수사를 피할 수 없게 된 만큼 '오너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 초대형 IB 진출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장 최근 발행어음업 인가를 받은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 등을 조사하면서 초대형 IB를 신청한 지 4년 만에 인가를 받은 바 있다.

아울러 이번 사태로 개인투자자들이 이탈 움직임을 보이면서 '리테일 점유율 1위'라는 키움증권 명성에도 금이 가게 됐다.

2000년 키움닷컴증권이라는 사명으로 출범한 키움증권은 개인 고객 비중이 높아 리테일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부문에 강점을 두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정의정 대표는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개인 고객들이 (키움증권을) 키워줬는데 오히려 개인을 배신한다는 시각이 있다"며 "이번 김 회장의 매도가 이러한 불신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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