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외교관 고영환 "김정은, 딸 노출해 김여정 견제"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북한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세습체제의 상징으로 딸을 자주 공식 석상에 등장시켜 여동생 김여정을 견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 외교관을 지내다 귀순한 고영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2일 보도된 일본 산케이신문과 인터뷰에서 김정은 정권하에서 탈북한 북한 전직 고위 관리의 증언 등을 토대로 이같이 진단했다.
고 전 부원장은 작년 11월 이후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아버지와 함께 공개석상에 자주 등장한 후 김여정이 중심에 있는 김정은 부녀로부터 떨어져 끝에 서 있는 모습이 여러 번 사진 찍혀 보도된 것에 주목했다.
고 전 부위원장은 북한 언론 보도에 우연은 없으며 이는 의도적인 구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정은이 과하게 두드러진 여동생의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해 대외적으로 부드러운 인상을 줄 수 있는 딸을 전면에 내세워 김여정을 본래의 역할인 한국과 미국 대응 등 외교정책에 집중하도록 했다고 분석했다.
고 전 부위원장은 그러나 김정은의 후계자는 딸이 아니라 아직 공식적으로 무대에 등장하지 않은 아들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사이에는 김주애 이외에도 2010년생 장남과 2017년생 차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 전 부위원장은 "북한에서 여성이 영속적으로 최고지도자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하며 두 아들 중 하나가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북한에서는 부계 혈통주의가 뿌리 깊어서 정권 내에서 여성이 권력투쟁에 가담하는 데 대한 거부감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김 위원장의 3남매는 스위스에서 유학한 김 위원장과 달리 유학을 가지 않고 평양에서 각 분야에서 뛰어난 교수진으로부터 개인 교습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면에서는 김정은을 어릴 때부터 지지해 온 조용원 당 조직비서가 실질적으로 2인자로 존재감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 전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의 측근이자 정치국 상무위원인 조용원이 당과 군의 인사권을 쥔 당 조직비서를 맡아 "조 비서의 사인이 없으면 승진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그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가속하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대외정책을 여동생에게, 당 행정을 조 비서에게 맡기고 자신은 핵무기 개발에 전념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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