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노동절 맞아 연금개혁 반대시위…화염병·물대포 오간 파리
정년 연장 후 첫 전국 시위…정부 78만 vs 노조 230만명 참여 추산
독일·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럽 곳곳에서 노동절 시위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프랑스 정부가 정년 연장을 골자로 하는 연금 개혁을 밀어붙이고 나서 처음으로 개혁 철회를 촉구하는 시위가 1일(현지시간) 프랑스 전역에서 열렸다.
정년 연장에 반대하며 연합 전선을 구축한 프랑스 주요 노동조합은 노동절에 맞춰 수도 파리를 비롯해 300곳이 넘는 지역에서 제13차 시위를 개최했다고 라디오 프랑스, AFP 통신 등이 전했다.
내무부는 이날 시위에 참여한 인원을 78만2천명으로 추산했고, 시위를 주최한 노동총동맹(CGT)은 정부 집계보다 3배 가까이 많은 230만명이 길거리로 나와 연금 개혁 철회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부 추산 11만2천명, 노조 추산 55만명으로 가장 많은 인파가 모인 수도 파리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화염병, 폭죽 등을 던지자 경찰이 최루가스, 물대포를 쏘면서 충돌이 빚어졌다.
시위대가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을 출발해 나시옹 광장으로 행진하는 사이 검은 옷을 입은 몇몇 사람들은 공공 자전거에 불을 붙이거나, 은행과 부동산 등 상점에 돌 등을 던져 유리창을 깨뜨렸다.
파리뿐만 아니라 서부 낭트, 남부 툴루즈 등 다른 도시에서도 시위대 일부가 불을 지르거나, 무언가를 집어던지며 긴장이 고조되자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가스를 분사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부 장관은 파리에서 경찰관 1명이 화염병에 맞아 얼굴과 손에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며 "대부분 시위는 평화로웠지만 파리, 리옹, 낭트에 아주 폭력적인 깡패들이 있었다"고 비난했다.
경찰 조직을 총괄하는 다르마냉 장관은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들은 경찰을 죽이고, 타인의 재산을 망가뜨리겠다는 하나의 목표만을 갖고 있다"며 이들을 반드시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다르마냉 장관은 이날 시위에 대응하다 다친 경찰관이 최소 108명으로 노동절 시위에서 경찰이 이렇게 많이 다친 사례는 드물다고 설명하면서, 경찰이 시위 현장에서 체포한 사람은 최소 291명이라고 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정년을 현행 62세에서 2030년까지 64세로 연장하는 연금개혁법을 지난달 우여곡절 끝에 공포하고 나서 잇단 유화책을 내놓으며 분위기를 전환하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강경 좌파 성향의 CGT를 이끄는 소피 비네 사무총장은 "연금 개혁을 철회하지 않는 페이지를 넘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우리가 승리한다는 결심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비교적 온건한 성향으로 분류되는 로랑 베르제 민주노동연맹(CFDT) 대표도 시위 참여 인원이 여전히 엄청나게 많다며 "우리의 분노가 줄어들지 않았다는 신호"라고 강조했다.
프랑스에서 매년 노동절마다 열리는 시위에 CFDT와 CGT를 포함하는 주요 8개 노조가 모두 함께 참여한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한편 프랑스 이외에도 유럽 여러 국가에서 노동절을 맞아 노동 조건 개선을 요구하고 정부의 노동정책을 비판하는 시위가 열렸다.
독일 전역에서는 30만명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기념집회를 열고, 노동쟁의권 제한 반대, 주4일제 도입, 산업별 협약임금 적용, 최저임금 인상 등을 촉구했다. 슈투트가르트에서 시위대가 폭죽과 돌 등을 던지는 시위대를 상대로 페퍼 스프레이와 곤봉을 사용하는 등 일부 시위 현장에서 충돌이 빚어졌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날 정부가 발표한 기본소득 축소와 노동시장 유연화 조치 등에 반발해 수도 로마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노동자들이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위대는 정부 건물에 계란을 던지기도 했다.
스페인에서도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는 집회가 70건 이상 열렸으며 스위스 취리히에서는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물풍선을 던지거나 건물 벽에 스프레이 페인트를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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