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던 바이든, '트럼프 성 추문 입막음' 우회 풍자
"코미디언이 연설 줄이라며 '10달러 입막음돈' 제의"
오바마 이어 조롱…정치수사 논란 속 짧은 '유머의 한방'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형사사건 기소에 침묵해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로이터, AP 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에서 만찬연사인 코미디언 로이 우드 주니어가 연설을 짧게 하는 대가로 자신에게 10달러(약 1만3천 원)를 주기로 제안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건 (역할이) 뒤바뀐 것"이라며 "대통령이 '입막음 돈'을 제안받은 것"이라고 말하자 웃음이 터져 나왔다.
로이터 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공격이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의 2006년 성관계 사실을 숨기기 위해 2016년 대선을 앞두고 대니얼스에게 회사 공금으로 13만 달러(약 1억7천만 원)를 지급한 혐의로 지난달 기소됐다.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은 지금까지는 이 사건과 거리를 두면서 '노코멘트'로 일관해왔다.
현지언론은 이 같은 침묵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에 정치적 의도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관측해왔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유력 인사들은 기소를 끌어낸 검사가 민주당원이라는 점 등을 들어 '정치적 박해'를 주장한다.
미국 내 여론도 이에 일부 동조한다.
여론조사 기관 SSRS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응답자 60%가 기소를 지지했지만 76%는 정치가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고 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 기자단 만찬에서 조롱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재임 시절이던 2011년 만찬에서 행사장을 직접 찾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머의 한방'을 날렸다.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자신의 출생 장면을 담은 영상물이라며 애니메이션 '라이언킹'을 소개해 폭소를 불렀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국이 아닌 아프리카 케냐 태생이라서 대통령 피선거권이 없다고 주장했다.
기성언론과 불편한 관계이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악감정을 품고 있던 백악관 기자단 만찬에 임기 내내 참석하지 않았다.
1924년부터 매년 4월 말 이어진 연례행사인 이 만찬은 2020∼2021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열리지 않다가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이 6년 만에 참석해 연설하면서 활력을 되찾았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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