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방미 전후로 구분될 중국의 對한국 기류…한중관계 안갯속
對일본과는 온도차 있던 中 시선 급랭…북중공조 강화 가능성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29일(미국 현지시간) 마무리된 윤석열 대통령 5박7일 국빈 방미의 '하이라이트'가 확장억제 실효성 강화를 포함한 한미동맹 강화라면 한중관계 냉각은 그 빛의 이면에 자리한 '그림자'라는 평가가 일각에서 나온다.
중국은 윤 대통령 방미 직전부터 '대만 문제는 전세계적 문제'임을 강조하고 '힘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 변경'에 반대한 윤 대통령 로이터 통신 인터뷰(19일 보도)에 외교부 부부장(차관)-주중 한국대사 채널을 통해 항의했다.
이어 26일(이하 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만해협의 평화·안정 중시 입장이 명시되고, 남중국해 문제 등과 관련해 중국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강하게 중국을 견제하는 내용이 포함되자 중국 외교부 국장이 주중 한국대사관 정무공사를 불러 재차 항의했다.
심지어 27일 윤 대통령이 미국 의회 연설에서 6·25전쟁 장진호 전투를 언급한 데 대해서도 중국은 28일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 계기에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의 위대한 승리"를 거론하며 반발했다.
윤 대통령 방미 직전부터 28일까지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일일 브리핑에서는 한국을 견제하는 언사가 잇달아 나왔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윤 대통령 로이터 인터뷰의 대만 관련 발언에 대해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비외교적 수사를 동원함에 따라 한국 외교부와 항의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 방중 1∼2개월 전부터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한국이 더 이상 미중 사이에서 균형노선을 걷지 않는다는 판단을 중국도 했다'는 말들이 나왔는데 이번 윤 대통령 방미는 그런 판단에 쐐기를 박았다는 평가도 일각에서 나온다.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담긴 '불법적인 해상 영유권 주장 반대',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지', '경제적 강압에 대한 공동 대응' 등은 중국으로선 보고 싶어 하지 않았던 내용이라는데 이견이 거의 없다.
거기에 더해 미군 핵잠수함의 기항을 포함한 한반도 주변에서의 대북 핵억지력 강화에 한미 정상이 합의한 것은 대중국 견제와 동전의 양면을 이루는 것이라는 게 중국의 인식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중국 외교 당국의 반발은 그나마 절제됐지만 관영 매체들이 정부의 속내를 대변하는 모양새였다.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윤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을 비판한 사설에서 윤 대통령이 "역내 지정학적 균형을 강조해온 한국 외교의 일대 변화를 사실상 선언"했다면서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에 비유했다.
중국은 미국이라는 전략경쟁 상대의 동북아 지역 양대 파트너인 한국과 일본에 대해 작년말까지만 해도 '온도차'를 보였다. 같은 사안을 놓고도 한국에 대한 입장 표명이 일본에 대한 것보다는 부드러웠다.
그러나 이번 윤 대통령 방미 외교를 계기로 중국의 대한국 견제 메시지는 일본에 대한 그것과 비교해도 강도 면에서 차이가 크지 않아 보인다. 본격적으로 한국을 '한미일' 그룹의 일원으로 대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한중관계는 일단 외교적으로 냉각기를 보낼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때와 같은 보복 수단을 동원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지만 경제회생과 미국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공세 방어에 바쁜 중국이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요한 한국의 '탈(脫) 중국'을 재촉할 수 있는 조치에는 신중할 것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중국이 미국, 일본에 하듯 '정랭경온(政冷經溫)' 기조로 한국과 정치적으로는 냉각기를 가지면서 경제적으로는 협력 기조를 유지하려 할 가능성을 거론하는 이들도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협력을 기대하기는 더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28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윤 대통령 미 의회 연설의 '장진호 전투' 언급에 반발한 데 이어 관영 중앙TV(CCTV)가 30일부터 중국의 한국전쟁 참전사를 다룬 40부작 애국주의 드라마 '압록강을 건너다'를 긴급 편성(재방송)한 것도 그런 면에서 의미심장했다.
한미관계와 한미일 공조 강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중국이 북한을 한층 더 감싸게 됨으로써 한미일 대 북중러의 동북아 대치 구도가 더 선명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정부가 올해들어 대(對)일본, 미국 순서로 최고위급 외교를 전개한 만큼 중국과도 소통을 도모할 때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작년 11월 발리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에 상견례성 정상회담을 한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간의 상호 왕래를 통한 후속 정상외교 일정이 현재로선 안갯속인 상황에서 한중간 고위급 대면 소통이 언제 정상화할지도 관심을 모은다.
관례상 1인자인 시 주석이 아닌 리창 국무원 총리가 참석할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연내 한국에서 열리게 되면 그것이 준비 과정을 포함해 한중 고위급 소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예상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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