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사장 거취 압박' 코너 몰린 한전…위기돌파 자구책은
與김기현 "한전사장, 경영난 책임져야"…전기요금 결정 전 나온 사퇴요구
한전, 임금동결 등 자구책 발표계획…거취표명 요구엔 말 아껴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한국전력[015760]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에 사상 최악의 자금난을 겪는 와중에 여권의 '한전 사장 사퇴' 압박까지 이어져 진퇴양난의 위기에 처했다.
한전은 전기를 팔수록 손해인 적자 구조를 고려하면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거듭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런 한전의 요구에 정승일 한전 사장 '사퇴 카드'를 꺼내든 상태다.
정치권과 업계 안팎에선 정 사장의 거취 표명이 2분기 전기요금 결정의 선결 조건이 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3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한전 사장이 경영난에 책임지지 않고 계속 자리보전에만 연연하는 모습은 결코 국민들 앞에 설득력을 갖지 못할 것"이라며 "한전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 모두 뼈를 깎는 자성과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한전의 적자엔 경영상 커다란 과오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냥 어물쩍 넘어갈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전기요금 결정과 관련한 당정협의회를 이끄는 박대출 정책위의장도 지난 2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 사장의 사퇴를 공개 요구했다.
국민의힘의 이 같은 강경한 입장 이면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부담감과 함께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현 경영진에 대한 불편한 기류가 깔렸다고 볼 수 있다.
한전 소관 상임위인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한전은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가 정부가 바뀌니 돌연 말을 바꿨다"며 "적자가 가중되는 가운데 저지른 한전공대와 태양광 비리의 책임은 누가 지나"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국민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20조원 이상의 재정건전화 계획과 임직원들의 임금동결을 골자로 한 자구책을 마련,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한전이 내놓을 자구책에 쏠린 이목을 고려해 최근엔 근로자의 날을 맞아 전 사원에게 지급한 온누리상품권 10만원도 다시 회수했다.
정승일 사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중에도 수차례 경영진과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회의를 열고 경영 현안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당초 정 사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방미 경제사절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최종 명단에선 제외됐다.
이를 두고 최근 한전 이슈에 민감한 여권의 기류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지만, 한전 측은 "자구책 마련을 위해 국내에 남은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한전 내부에선 여권에서 돌출된 정 사장의 거취 문제에 대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한 한전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전의 사정이 어렵다는 점에 대해선 전사적으로 분위기가 공유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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