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년 진화에도 인간 게놈 10% 이상 다른 포유류와 공유

입력 2023-04-28 13:35
수백만년 진화에도 인간 게놈 10% 이상 다른 포유류와 공유

태반 포유류 240종 게놈 비교한 '주노미아 프로젝트'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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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땅돼지에서 다람쥐원숭이에 이르기까지 지구촌의 다양한 환경에서 적응해 사는 태반 포유류 240종의 게놈을 분석해 서로 널리 공유되거나 인간만이 가진 고유 유전자를 찾아내는 게놈비교 연구인 '주노미아(Zoonomia) 프로젝트'의 결과가 나왔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브로드(Broad)연구소' 척추동물게놈그룹장인 엘리너 칼슨 박사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주노미아 프로젝트를 통해 나온 연구 결과를 11편의 논문으로 정리해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무엇보다 인간을 포함한 태반 포유류 전체에서 수백만년에 걸친 진화를 거치면서도 바뀌지 않고 그대로 유지된 게놈 부위를 찾아낸 것이 가장 큰 성과로 제시됐다. 이와 함께 동면이나 수 킬로미터 밖에서도 냄새를 맡을 수 있는 후각 등 포유류로서는 일반적이지 않은 특별한 능력을 갖추게 되는 유전적 기반도 찾아냈다고 밝혔다.

이런 결과들은 세계 50여개 연구기관에서 150여명의 과학자가 참여해 최대 규모로 진행된 태반 포유류 게놈 분석과 비교를 통해 이뤄졌다.

칼슨 박사는 "지구에 우리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방대한 생물다양성이 갖춰져 있다는 점을 활용해 인간 질병 치료와 연관된 새로운 발견을 해냈다"고 연구 성과를 설명했다.

태반 포유류는 자궁 안에서 어느 정도 새끼를 키워 출산하는 포유류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다.

게놈 분석이 이뤄진 종은 전체 포유류의 약 4%에 불과하지만, 18m에 달하는 북태평양 참고래부터 3㎝에 불과한 뒤영벌박쥐에 이르기까지 포유류 계통을 80% 이상 아우르는 것으로 제시됐다.

인간과 가까운 침팬지와 보노보, 서부로랜드고릴라, 수마트라 오랑우탄 등도 포함됐다.

웁살라대학 연구원 매튜 크리스마스 등이 참여한 한 연구에서는 인간의 게놈 중 적어도 10% 이상이 이들 모든 종에서 바뀌지 않고 고도로 보존돼 온 것이 밝혀졌다.

분석 대상이 된 태반 포유류의 98% 이상(235종)에서 4천552개의 게놈 인자가 똑같았는데, 이들 인자 중 상당수는 건강한 동물로 성장해 정상적으로 기능하려면 철저히 통제돼야 하는 배아 발달과 연관된 유전자 인근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과 다른 포유류의 차이로는 발달 및 신경 유전자와 연관된 부위가 지목됐다. 이는 호모 사피엔스가 약 600만∼700만년 전 침팬지와의 공동 조상에서 분리된 뒤 이뤄진 인간적 특성의 진화가 신경계 유전자 통제의 변화와 연관돼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크리스마스 연구원은 "인간과 유인원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로 지능과 인지력이 꼽힌다는 점에서 이런 결과는 타당하다"면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 상당 부분은 유전자 자체가 크게 변화한 것보다는 신경 유전자가 통제되는 방식의 변화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주노미아 연구팀은 태반 포유류가 약 6천600만년 전 소행성 충돌로 지구를 지배하던 공룡이 사라지기 훨씬 전인 약 1억200만년 전에 이미 종이 다양화하기 시작했다는 새로운 결과도 내놓았다.

만화 영화로도 제작된 유명한 썰매견 '발토'(Balto)에 초점을 맞춘 연구 결과도 함께 발표됐다.

발토는 1925년 알래스카 오지에 디프테리아 혈청을 전달한 썰매견을 이끈 시베리안 허스키 종으로, 클리블랜드 자연사박물관에 박제돼 전시되고 뉴욕 센트럴 파크에는 동상까지 세워져 있다.

연구팀은 발토의 몸에서 채취한 유전물질로 게놈을 분석하고 품종이 개량된 다른 개들과 비교해 유전적으로 더 다양하다는 점을 확인했으며, 이런 점이 혹독한 환경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됐을 것으로 제시됐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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