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일 협력 중시하는 이유…중국 겨냥 '통합억제'
'양자동맹→집단안보체제'로의 전환…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바이든 정권에 한일 관계 개선은 매우 중요하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아시아 담당 부소장 겸 한국석좌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을 국빈 초청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윤 대통령이 일본과 관계 개선에 노력한 것"을 중시한 결과라고 강조했다고 일본 산케이 신문이 28일 보도했다.
차 한국석좌의 발언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전개된 대중 압박전략의 핵심을 압축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전략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도 펼쳐졌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그 압박 방식을 달리하고 있다.
다시 말해 트럼프가 '미국 제일주의'를 앞세워 거칠게 중국을 몰아붙였다면 바이든 행정부가 추구하는 안보·군사전략은 '통합억제'(integrated deterrence)로 정리된다.
'통합억제'는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해 전장 환경에서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새로운 개념이다.
냉전 체제 종식 이후 세계 패권을 유지해온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주요 거점(hub-and-spoke)' 형태의 동맹시스템을 유지해왔다. 그 구체적인 형태는 '미·일 동맹'이나 '한·미 동맹' 등 양자동맹 방식이었다.
하지만 중국이 패권 도전국으로 부상한 만큼 더 촘촘하게 중국을 포위하고 압박하려면 집단 전선이 필요해졌고, 그 결과 고안해낸 방식이 바로 '통합억제'라는 것이다.
통합억제를 추진하는 미국에 동맹은 주요 구성원으로 매우 중요하다. 미국 주도로 구축되는 통합억제에 역내 미국의 조약 동맹국이 불참할 경우, 동맹 공약의 약화와 같은 비용을 부과한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체제를 집단 안보체제인 대서양 동맹과 유사한 형태로 재편하려는 시도라고도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인도와 일본, 호주를 묶어 쿼드(Quad) 안보협의체를 가동하고 있다. 나아가 주요 7개국(G7) 회의에 한국과 호주, 인도, 남아공까지 초대해 자유민주주의와 전체주의 간 이념 대결로 몰아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를 미국은 민주·인권·법치 기준의 가치동맹이라 부른다.
한미 정상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개최된 정상회담에서 자유와 법칙,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가치 동맹'을 지향하고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미국은 자국은 물론 동맹국들이 보유한 제반 군사력의 통합도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비핵 동맹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의 3대 축인 핵, 재래식 전력, 미사일 방어 등을 통합하여 효용성을 향상한다.
이 전략은 북핵 대응에도 적용되고 있다. 일본, 한국과 함께 3각 동맹체제를 구축해 핵무력을 완성한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워싱턴 선언'도 일본과의 협력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게 안보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차 한국석좌는 "한일관계 악화는 한미일 공조에 악영향을 미쳐 중국과 러시아, 북한에 '선물'이 된다"며 "한미일은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단념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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