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새 최고' 원/달러 환율…달러약세 속 상승 두드러져
"대중국 수출 둔화…한중간 지정학적 긴장도 악재"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최근 전반적인 달러 가치 하락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은 5개월 만에 최고치를 새로 쓰는 등 주요 통화 가운데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342.87원을 기록한 데 이어 전날 대비 1.7원 오른 1,338.0원에 장을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장중에 이미 지난해 11월 29일 이후 약 5개월 만에 1,340원대로 올라선 바 있는데, 이틀 연속 상승하며 고점을 높여간 것이다.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 5.8% 올랐고, 연중 최저점인 지난 2월 2일(1,220.3원) 대비로는 9.6%나 상승했다.
반면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엔화·유로화 등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측정하는 달러인덱스는 한국시간 27일 오후 3시 55분 기준 101.356으로, 지난 2월 2일과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8일 105.883으로 연중 최고점을 찍은 뒤 미국의 은행권 불안 여파와 침체 우려 속에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우에다 가즈오 신임 총재 취임 후 기존의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할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엔/달러 환율은 연말 대비 2.04%, 2월 2일 대비 3.79% 올랐다.
'제로 코로나' 해제 이후 경제활동 재개에 나서고 있는 중국의 경우 역외 위안/달러 환율이 연말 대비 거의 변동이 없고, 2월 2일 대비로는 2.83% 상승한 상태다.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이날 한때 1.1095달러로 최근 1년 새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달러 외 31개 주요 통화 가운데 올해 들어 원화보다 달러 대비 가치 하락률이 큰 것은 아르헨티나 페소, 러시아 루블, 노르웨이 크로네, 남아프리카공화국 란드 정도다. 2월 2일 이후로 범위를 좁히면 아르헨티나 페소와 루블 둘뿐이다.
블룸버그는 원/달러 환율 강세 배경에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악화, 한국의 수출 둔화 등의 요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발표된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에 따르면 반도체 부문에서만 적자액이 4조6천억원에 달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와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이다.
SK하이닉스는 1분기에 2012년 SK그룹 편입 이후 사상 최대인 3조4천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고 밝힌 바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클라우디오 피론 전략가는 원화 약세 배경 중 하나로 중국을 비롯한 대외 수출 부진을 꼽는 한편, 한중간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원/달러 환율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이밖에 다음 달 한차례 정도 더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이는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Fed)와 달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사실상 마무리했고, 연내 0.25%포인트 정도 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시장에서는 약세 요인으로 거론된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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