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중요 약품' 특별 관리…복제약 출시제한 10→8년 단축 추진
19년만에 약사법 대대적 수술 착수…항생제 부족 등 고질적 수급 불안정 대응
제약회사에 수급 보고의무 등도 포함…업계 반발·각국 이견에 개정까지 난항 예고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드러난 고질적인 의약품 수급 불균형 문제 해결을 위해 19년 만에 약사법 대수술을 예고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2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집행위원단 주간회의에서 의약품의 가격을 낮추고 접근권을 확대하기 위한 종합 대책을 담은 약사법 개정안 초안을 발표했다.
현행 약사법은 2004년 마지막으로 개정된 바 있다.
초안에 따르면 집행위는 현행 기본 10년인 신약 특허보호기간을 기본 8년으로 단축하자고 제안했다.
다만 신약이 27개국 전역에서 출시되는 경우엔 기본 8년에 추가로 2년 보호기간을 연장해주고, 여기에 희소병처럼 의학적 필요성이 인정되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는 2년간 특허보호기간 연장이 가능하게 했다.
현행 제도는 기본 10년에 최대 1년, 총 11년 동안만 특허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초안대로 개정되면 최대 12년까지는 특허를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게 집행위 설명이다.
기본 보호기간 축소로 오리지널 제형의 특허가 만료된 이후 복제약(제네릭)의 발매가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해 환자들의 접근권을 향상하면서도, 특수 의약품의 특허권은 충분히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의약품 가격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제약회사들의 연구개발(R&D) 비용 일부도 공개가 의무화된다. 공개 대상은 R&D 과정에서 공적 자금 투입 여부 등이다.
이를 통해 EU 각국이 제약회사들과 협상 과정에서 더 합리적인 가격 책정이 가능하다는 게 집행위 설명이다.
의약품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 제약회사들의 책임도 강화하기로 했다.
각 회사는 의약품 부족 및 대책을 조기에 당국에 보고해야 하며, 집행위는 중요 원자재의 공급 불안에 대비하듯 '중요 의약품'을 별도로 지정해 관리할 방침이다.
이 밖에 항생제 신약 개발 촉진과 함께 유럽의약품청(EMA) 권한을 강화하고 신약 허가에 드는 시간·비용 감축하기 위한 대책 등도 개정안에 담겼다.
이번 개정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관련 중요 약품이 특정 국가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거나 지난 겨울 유럽에서 항생제·진통제 부족 사태가 불거지는 등 지속적으로 제기된 수급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처다.
스텔라 키리아키데스 EU 보건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유럽 혹은 규모가 더 큰 회원국의 환자들은 신약 90%에 대해 접근이 가능하지만, 동유럽 및 소규모 회원국들은 그 비중이 10%로 크게 낮다"면서 "EU 모든 시민이 의약품에 대한 동일한 접근권을 부여받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집행위의 이날 초안이 발표되자마자 업계는 강력히 반발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전했다.
신약 특허보호기간이 단축되는 등 일부 조항이 초안대로 시행될 경우 그렇지 않아도 크게 줄어든 EU 제약업계 R&D 및 투자가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다.
제약 강국인 일부 회원국들도 제동을 걸 가능성이 있어 개정 작업이 마무리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초안이 확정되려면 향후 집행위, 유럽의회, 27개 회원국을 대표하는 이사회 간 3자 협의를 거쳐야 하며, 3자 협의 타결 이후 의회 및 이사회 승인을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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