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우 만드는 혜성 같은 소행성 '파에톤' 꼬리는 나트륨 가스
태양 근접 때 형성되는 꼬리 분석…"혜성 중 일부 진짜 혜성 아닌 소행성일수도"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매년 12월 별똥별이 비처럼 쏟아지는 쌍둥이자리 유성우는 '3200 파에톤'(Phaethon)이라는 소행성이 우주 공간에 떨어뜨린 부스러기 물질이 지구 대기권과 부딪히며 연출된다.
태양을 524일 주기로 공전하는 파에톤은 암석으로 된 소행성이지만 태양에 근접할 때 혜성의 전형적인 특징인 꼬리를 만들어 특이한 천체로 여겨져 왔다.
이 꼬리는 태양에 접근하면서 가열된 파에톤에서 떨어져 나온 먼지가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먼지가 아닌 나트륨(Na) 가스라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더드 우주비행센터에 따르면 보스턴대학 우주물리학센터 연구조교수 칼 슈미트 박사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파에톤 소행성의 꼬리를 형성하는 물질이 먼지가 아닌 나트륨 가스라는 논문을 '행성과학저널'(Planetary Science Journal)에 발표했다.
파에톤은 1983년에 처음 발견됐으며, 3대 유성우 중 하나로 꼽히는 쌍둥이자리 유성우와 궤도가 일치하는 것이 확인되면서 이 유성우를 일으키는 원천으로 지목됐다.
암석으로 된 소행성임에도 혜성처럼 꼬리를 가졌다는 것은 2009년에야 발견됐다. 이 꼬리는 태양에 가장 가까이 근접했을 때만 형성돼 일반 망원경으로는 관측되지 않다가 NASA의 태양관측 위성 '스테레오'(STEREO)에 처음 포착됐으며, 이후 2012년과 2016년에도 확인됐다.
이때만 해도 태양의 열로 가열된 표면에서 떨어진 먼지가 꼬리를 형성했을 것이라는 가설이 힘을 얻었지만, 2018년 태양탐사선 파커솔라호를 통해 꼬리를 형성한 물질이 파에톤에서 나올 수 있는 양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먼지 이외에 혜성처럼 나트륨이 기화하며 꼬리를 형성할 수도 있다고 보고 나트륨과 먼지 등을 포착할 수 있는 컬러 필터를 가진 태양관측 위성 '소호'(SOHO)를 이용해 2022년에 파에톤이 태양에 최근접했을 때 꼬리를 관측했다.
그 결과, 나트륨을 잡아낼 수 있는 필터는 밝게 빛났지만 먼지를 찾아내는 필터는 그러지 못한 것을 확인했다.
또 파에톤이 태양에 근접할 때 꼬리의 형태와 밝아지는 방식 등이 꼬리의 물질이 나트륨일 때 예상되는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도 밝혀냈다.
연구팀은 스테레오와 소호 관측 자료를 뒤져 1997∼2022년 사이 18차례에 걸친 태양 근접 때 꼬리를 형성한 것도 찾아냈다.
이에 앞서 컴퓨터 모델 시뮬레이션과 실험실 실험으로 진행한 초기 연구에서는 파에톤이 태양에 근접할 때 태양의 강력한 열이 소행성 내 나트륨을 기화하며 혜성과 같은 꼬리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를 토대로 소호 위성이 발견한 일부 혜성이 진짜 혜성이 아니라 소행성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논문 제1저자인 캘리포니아공과대학 물리·천문학 박사과정 대학원생 장치청은 "태양 곁을 지나가는 혜성 중 상당수는 얼음으로 된 혜성이 아니라 파에톤처럼 암석으로 된 소행성이 태양에 의해 가열돼 꼬리를 갖게된 것일 수 있다"고 했다.
연구팀이 밝혀낸대로 파에톤 꼬리를 형성한 물질이 먼지가 아닌 나트륨 가스라면 쌍둥이자리 유성우를 일으키는 물질의 출처에 관한 의문이 남는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수천년 전 알 수 없는 사건으로 파테온에서 수십억톤의 물질이 떨어져 나온 뒤 공전 궤도에 남아 매년 유성우를 일으키고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을 내놨다.
연구팀은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이 2020년대 말에 발사할 '데스티니(DESTINY)+' 미션 때 파에톤에 근접비행하며 암석 표면 등을 촬영하고 주변의 먼지를 분석하면 좀 더 많은 답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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