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대통령 "노예무역, 국가 차원 사과·책임져야"
아프리카인 600만명 이상 포르투갈 식민지에 팔려가
서유럽 국가 수장으론 첫 사죄 언급…후속 조치 '주목'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포르투갈의 마르셀로 레벨로 데 수자 대통령이 과거 포르투갈이 저지른 노예무역에 사과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서유럽 국가 수장이 노예무역과 관련해 국가 차원의 사과를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레벨로 데 수자 대통령은 이날 '카네이션 혁명' 기념식에서 "우리는 과거에 대해 사과 그 이상을 해야 한다"며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 과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추가 언급은 없었다.
카네이션 혁명은 1974년 군부가 무혈 혁명으로 수십년간 이어져 온 독재 정부를 무너뜨린 일로, 포르투갈 민주화의 분기점이 됐을 뿐 아니라 앙골라, 모잠비크 등 아프리카 식민지들의 독립 계기가 됐다.
가디언에 따르면 15∼19세기 600만명 이상의 아프리카인이 납치돼 포르투갈 선박에 실려 대서양 건너 포르투갈 식민지인 브라질에 노예로 팔렸다.
포르투갈은 그러나 그간 노예무역에 관한 언급을 거의 하지 않았고, 학교에서도 이에 관한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레베로 데 수자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1822년 포르투갈에서 독립한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유럽을 방문해 포르투갈 국회에서 연설한 뒤 나왔다.
레베로 데 수자 대통령은 "브라질의 식민지화는 포르투갈 언어와 문화 전파라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원주민 착취나 노예 문제, 브라질과 브라질인들의 이익 희생이라는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앞서 유럽의 한 권위 있는 인권 단체는 포르투갈 정부가 오늘날의 인종차별 문제와 싸우려면 과거 식민지와 노예무역 가담 역사 청산에 더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s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