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벳, 작년 4월 이어 93.6조원 규모 자사주 또 매입
美 정치권 자사주매입 비판 비등…"BB&B 파산 주요인"
(서울=연합뉴스) 임상수 기자 =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이사회는 25일(현지시간) 700억 달러(약 93조6천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승인했다고 CNBC 방송이 보도했다.
알파벳은 지난해 4월에도 같은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알파벳은 그때 이후 "달라진 경제 현실"과 과잉 고용 등을 이유로 비용을 절감하고 대규모 직원 감원을 실시했다.
알파벳은 이번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면서 주가와 시장 상황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알파벳 주식은 이날 발표한 실적이 월가의 예상치를 웃돌아 시간외 거래에서 3% 이상 상승했다.
알파벳은 지난해 미국에서 애플에 이어 가장 많은 자사주를 매입했었다.
하지만 이같은 자사주 매입은 미국 워싱턴 정가에서 뜨거운 정치적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 등 투자자들은 주식 수를 줄임으로써 효과적으로 보유주식 가치를 올려주기 때문에 선호하고 있으며, 버핏은 자사주 매입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경제적으로 "문맹"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반면 조 바이든 대통령 등 일부 정치인은 기업의 이익을 직원의 임금인상 등에 사용하지 않고 자사주 매입에 쓰는 것은 나쁜 관행으로, 이는 주가조작이라고 주장하는 등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3일 뉴저지주 연방파산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한 미국 생활용품 판매업체 베드배스앤드비욘드(BB&B)의 자사주 매입이라고 CNN방송이 이날 보도했다.
BB&B가 파산보호신청에 이르는 과정에서 많은 경영상 실수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2004년 이후 118억 달러(약 15조8천억 원)에 이르는 자사주 매입이 결정적이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자사주 매입 규모는 최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문서에 나타난 장부상 부채 52억 달러(약 7조 원)의 두배가 넘는 것으로, 손실 만회를 위한 매출 창출에 필요한 제품 구입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게 CNN의 설명이다.
특히 그동안 상대적으로 부채 규모가 크지 않았던 BB&B는 2014년 7월 주가 부양을 요구하는 주주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압박에 적극적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매입자금 마련을 위해 20억 달러(약 2조7천억 원)의 부채를 떠안았다.
그 이후 지난해 2월까지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매입에 나섰으나 결국 주가 부양에는 실패, 지난해에만 주가가 83%나 곤두박질쳤다.
이런 점을 감안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자사주 매입에 1%의 세금을 부과하는 조항을 포함시켰다고 CNN은 덧붙였다.
nadoo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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