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피해가는 유럽 항공사…중국 프리패스 보며 '냉가슴'
팬데믹 끝나 여행수요 회복되지만 돈·시간 더 들어
"중국항공사 정상화·우크라전 지속 땐 더 힘든 상황"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중국이 코로나19 팬데믹 후 3년 가까이 이어진 봉쇄를 풀면서 세계 여행시장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러시아 영공을 피해 우회해야 하는 유럽 항공사들은 이런 제약에서 자유로운 중국 항공사들에 비해 불리한 조건에 놓였다고 미국 CNN방송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연합(EU)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초기부터 서로 영공을 닫은 상태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맞닿은 영공은 전쟁 시작과 함께 모든 항공사가 갈 수 없는 구역이 됐다.
이 때문에 유럽과 동아시아를 오가는 영국항공(BA), 에어프랑스, 네덜란드의 KLM, 독일의 루프트한자, 핀란드의 핀에어 등 유럽 항공사들은 최단거리인 러시아 경유 항로 대신 남쪽으로 우회해 비행하고 있다. 당연히 비행시간이 길어지고 연료도 더 든다.
유럽항공사연합(A4E)에 따르면 러시아 영공 우회 때문에 헬싱키-싱가포르 노선은 편도 1천400㎞(1시간 15분), 헬싱키-서울 노선은 4천㎞(3시간 30분)이 추가된다.
러시아 항로를 여전히 쓰고 있는 중국 항공사들의 상황은 다르다.
중국동방항공의 상하이-파리로 직항편은 12시간이 소요되는데 같은 항공동맹 '스카이팀' 일원인 에어프랑스는 여기에 2시간을 더 들여야 한다. 루프트한자 소속 여객기가 프랑크푸르트에서 베이징에 갈 땐 11시간이 걸리지만 중국국제항공 비행기는 9시간만 쓰면 된다.
이달 6∼7일 중국을 국빈 방문해 유럽 항공기 에어버스 160대 판매 계약을 체결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조차 최단거리 항로를 이용하지 않았다.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항공편을 복원하기로 한 양국의 이번 합의가 유럽 항공사보다는 중국 항공사들에 득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CNN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선 안전 문제 때문에 이런 '기울어진 운동장'이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유럽연합항공안전청(EASA)은 중거리 미사일 발사 가능성 등을 이유로 러시아 관할 비행정보구역(FIR) 비행에 '주의'를 권고하고 있다.
분쟁지역 비행 중에 대형 참사가 발생한 실제 사례도 있다.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반군의 교전 속에 2014년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격추돼 승객과 승무원 298명이 모두 숨진 말레이시아항공 MH 17 항공기 사건이 대표적이다.
중국 항공사 비행기도 우크라이나 영공 근처는 피하고 있으며 대신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 발트해 상공을 주로 선택한다.
CNN은 "중국인 승객들이 러시아 영공 비행의 위험성에 대해 우려하는지는 두고 볼 일"이라며 "중국 항공사들의 운행량이 차츰 정상화되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된다면 유럽 항공사들은 더 힘든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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