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어죽어야 예수 만나"…케냐 사이비종교 사망자 83명으로 늘어
"행방 못찾은 실종자 200여명…상당수 숲에 숨어 금식 중"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굶어 죽어야 예수를 만난다며 금식을 이어가다 집단 변사한 케냐의 사이비 종교 신도가 83명으로 늘었다.
25일(현지시간) 데일리네이션 등 현지 언론매체에 따르면 케냐 경찰은 이날 해안 도시 말린디에 있는 '기쁜소식 국제교회' 인근 숲에서 10구의 시신을 더 발견해 지금까지 모두 75구의 시신을 발굴했으며, 병원 이송 중 숨진 사람을 포함하면 사망자는 모두 83명이라고 밝혔다.
수습된 10구의 시신에는 어린이도 3명 포함됐으며 이날 구조 현장에서는 2명의 생존자가 쇠약해진 모습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아직 발굴되지 않은 무덤들이 남아 있어 사망자가 더 나올 것으로 우려하는 가운데 적십자사는 현재 접수된 실종자가 212명이며 이 중 2명만이 가족과 재회했다고 전했다.
지난 21일부터 닷새째 이어진 발굴 과정에서 사망자가 계속 늘어남에 따라 현지 병원은 시신을 보관할 공간이 부족한 실정이다.
병원 관리자인 사이드 알리는 수용 한계를 훨씬 초과했다며 "영안실은 시신 40구를 수용할 수 있다. 케냐 적십자사에 냉장 컨테이너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일부 신도들은 여전히 교회 인근 샤카홀라 숲속에 숨어 금식하고 있어 빨리 발견되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위험에 처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에 현장에 대한 제보를 한 인권 단체 '하키 아프리카'의 후세인 칼리드 사무국장은 당국에 더 많은 구조대를 보내 800에이커(약 323만7천㎡)에 달하는 삼림지대를 샅샅이 뒤져 생존자를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페트 코오메 경찰청장은 전날 기자들에게 이번 수색 과정에서 29명의 신도가 구조되어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말했다.
이날 수색에 참여한 수사관들은 구덩이에 꽉 찬 시신들이 있었다며 한 무덤 안에는 최대 6명이 있었고 또 다른 시신은 구덩이 밖에 버려져 있었다고 전했다.
현지에서는 "샤카홀라 숲 학살"이라고 불리는 이번 사건의 중심에 선 사이비 종교가 어떻게 당국의 눈을 피해 운영될 수 있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교회 목사인 매켄지 은텡게는 2017년 '교육은 성경에서 인정하지 않는다'며 신도들에게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도록 강요한 혐의로 체포된 적이 있다.
지난달에도 그는 부모가 2명의 아이를 감금하고 굶겨 죽인 사건에 연루돼 구속기소 됐으나 10만 실링(약 97만원)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이달 중순 또다시 경찰에 체포된 은텡게에 대한 법원 심리는 내달 2일로 예정됐다.
자칭 목회자와 사이비 종교가 난립하는 케냐에서는 이단 교파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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