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미얀마 군정 수장과 회담…"폭력 즉각 중단 촉구"(종합)
23∼24일 '깜짝 방문'…수치 고문 만남은 이뤄지지 않아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미얀마를 예고 없이 '깜짝 방문'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군사정권 수장을 만나 폭력 중단을 촉구했다. 25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와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은 전날 군정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회담했다.
국제 원로그룹 '디 엘더스'는 "반 전 총장은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의 5개 항 합의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 이행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고 이날 밝혔다.
디 엘더스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은 군정 지도자, 테인 세인 전 대통령 등과 만나 민주 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를 포함한 모든 당사자가 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을 찾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군부가 즉각 폭력을 중단하고 모든 당사자가 참여하는 대화를 시작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미얀마에 왔다"며 "미얀마 국민들의 평화와 번영, 자유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미얀마 군부의 공습으로 인한 민간인 희생을 규탄하고, 선거는 자유롭고 공정한 조건에서 실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세안 정상들은 2021년 4월 특별정상회의를 열어 미얀마 내 폭력 중단과 당사자 간 대화 개시 등 5개 항에 합의했다. 당시 회의에 흘라잉 최고사령관도 참석했으나 미얀마는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반대 세력에 대한 유혈 진압을 계속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해 12월 21일 즉각적인 폭력 종식과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포함한 정치범 석방을 요구하는 미얀마 관련 첫 결의안을 채택했다.
디 엘더스는 이번 방문이 미얀마 군정의 초청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1박2일 간의 일정을 마치고 전날 오후 출국했다.
2007∼2016년 유엔을 이끈 반 전 총장은 디 엘더스의 부의장을 맡고 있다. 디 엘더스는 전직 국가수반, 노벨평화상 수상자 등 세계 평화에 기여한 업적으로 존경받는 원로들의 모임이다.
MRTV 등 미얀마 관영 매체들은 "반 전 총장과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미얀마 최근 상황에 대해 건설적이고 열린 대화를 나눴다"고 조 민 툰 군정 대변인의 말을 전했다.
반 전 총장이 수치 고문은 만나지 않았다고 군정 대변인은 밝혔다.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 재임 시절 여러 차례 미얀마를 방문하며 민주화를 지원했다. 2009년 미얀마를 찾아 쿠데타 군부에 수치 고문을 석방하라고 압박했다. 2012년 수치 고문과 회동했고, 2016년에도 미얀마를 방문해 평화 정착에 힘을 보탰다.
유엔을 대표해서는 지난해 8월 놀린 헤이저 미얀마 특사가 미얀마를 방문해 흘라잉 최고사령관과 만났다. 헤이저 특사는 군부의 폭력 중단을 요구하며 수치 고문과의 만남을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당시 헤이저 특사의 미얀마 방문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군정이 정당성을 쌓는 데만 이용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자 헤이저 특사는 "수치 고문과 만날 수 있을 때만 다시 미얀마에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 미얀마 군정은 수치 고문이 이끈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압승으로 끝난 2020년 11월 총선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이듬해 2월 쿠데타를 일으켰다.
쿠데타 직후 체포돼 부패와 선거 조작 등 각종 혐의로 기소된 수치 고문은 총 33년 형을 선고받고 네피도 교도소 독방에 수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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