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의 엑소더스…긴박했던 수단 외국인 철수 순간(종합)
"바이든 대피 명령 후"…美, '빈라덴 사살 작전' 네이비실 투입
"사이코패스 2명에게 우리를 남겨두고 떠났다"…수단인의 분노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아이를 안거나 아이 손을 꼭 잡고 수송기에 오르는 부모들. 군인으로 보이는 남성의 부축을 받으며 지팡이를 짚고 이동하는 여성.
군벌 간 무력 충돌이 이어지고 있는 수단에서 자국민 철수에 나선 프랑스군이 공개한 영상과 사진에는 긴박했던 대피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사람들은 여행용 가방이나 배낭 하나 정도를 가지고 수송기에 몸을 실었다. 애완동물들도 케이스에 실려 대피 길에 올랐다.
'이드 알피트르 휴전'을 사실상 깬 군벌 간의 교전이 다시 격화하면서 수단에서 외국인들의 탈출 행렬이 본격화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사우디에 이어 프랑스,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이 자국민 대피를 시작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0시 직후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 미국 외교관들이 헬기를 이용해 대피한 것을 시작으로 다른 나라 외교관들과 외국인들도 본격적으로 대피 길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2011년 파키스탄에서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으로 이름을 떨친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정예 요원들을 대피 작전에 투입했다. 네이비실 특공대원 40여명을 태운 치누크 헬기 3대는 수단 현지 시간으로 전날인 22일 오후 지부티에 있는 미군 기지에서 이륙했다.
대피 작전을 잘 아는 관계자에 따르면 치누크 헬기들은 에티오피아 중부 상공을 비행하며 최종 승인을 기다리는 동안 연료 보급과 최종 점검을 위해 착륙한 뒤 다시 이륙했으며 하르툼에 있는 미국 대사관에 최대한 가깝게 착륙하기 위해 불빛도 없이 사막을 가로지르며 빠르고 낮게 비행했다.
이후 하르툼의 미국 대사관에 도착한 치누크 헬기는 최대 90명을 태우고 800마일(약 1천287km) 떨어진 지부티를 향해 날아올랐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안전하고 실행 가능한 한 빨리 대피시킬 것을 지난 21일 명령한 뒤 수단 내 자국 외교 인력의 대피를 준비해왔다.
특히 수단 정부군과 준군사조직인 신속지원군(RSF) 간 휴전에 대한 희망이 옅어지면서 수단 주재 미국 대사관이 식량과 연료, 전력 등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해지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대사관 인력을 대피시키고 대사관을 일시적으로 폐쇄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NYT는 전했다.
외국 외교관들의 대피 행렬이 줄을 잇자 일부 수단인들은 분노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외국인들이 빠져나간 뒤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NYT에 따르면 수단 전직 언론인인 달리아 모하메드 압델모니엠은 트위터를 통해 "당신들은 우리를 이 혼란에 빠뜨렸다"며 이제 자국민 대피에 나서 "우리를 이 두 살인마 사이코패스에게 남겨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전이 2주째로 접어들면서 수단인들의 탈출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유엔에 따르면 이번 무력 충돌로 최소 400명이 숨지고 3천500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병원의 3분의 2가 문을 닫았으며 수단 최대 제분소가 교전으로 파괴되는 등 식량난도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NYT는 전했다.
yunzh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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