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광부터 홍해까지…수단 내란 틈타 계산기 두들기는 주변국

입력 2023-04-23 17:05
수정 2023-04-23 19:39
금광부터 홍해까지…수단 내란 틈타 계산기 두들기는 주변국

북아프리카 전략적 요충지…광물자원·농업 잠재력 풍부해 외세 '눈독'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수단에서 쿠데타 군정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 간의 유혈 충돌로 아비규환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변국들은 이번 분쟁으로 어떤 이득을 취할 수 있을지 저울질하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아프리카·중동 국가를 비롯해 러시아 등 강대국들은 대외적으로는 무력 충돌을 중단할 것을 호소하면서 물밑에서는 이해관계에 따라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이권에 손을 뻗치는 모습이다.

아프리카에서 세번째로 큰 나라인 수단은 나일강을 끼고 있고 전략적 요충지인 홍해에 접해 있으며, 금 등 막대한 광물 자원과 농업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동안 수단의 이러한 지정학적 요인에 주목해 온 주변 석유 부국이나 강대국들은 이번 분쟁에서 군벌이 갈라선 틈을 타 판도를 자국에 유리한 쪽으로 끌고가려는 모양새다.

일부는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의 쿠데타 군정과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장군이 이끄는 신속지원군(RSF) 사이에서 한쪽 편을 들거나 무기까지 지원하며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러시아는 '푸틴의 요리사'로 불리는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바그너 용병단을 통해 다갈로 장군이 이끄는 RSF에 대한 무기 지원에 나섰다.

NYT는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RSF가 프리고진으로부터 지대공 미사일을 포함한 강력한 무기를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무기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 있는 바그너 용병이 보유한 재고라고 관리들은 말했다.

러시아는 수단의 홍해 연안 항구에 자국 군함의 접근권을 모색하고 있으며 바그너 용병단을 통해 금 채굴권을 얻는 대가로 다갈로 장군 측에 장갑차 등 장비와 훈련을 제공해왔다.

아랍에미리트(UAE)도 수단에 눈독을 들이는 중요 외세 가운데 하나다. 식량 공급이 주요 고민거리인 UAE는 10여년 전부터 수단의 방대한 농업 잠재력에 주목해왔다.

UAE는 공개적으로는 수단 내 권력투쟁과 관련해 어느 정도 중립 입장이지만 실제로는 수년간 RSF 지도자 다갈로 장군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다고 NYT는 전했다.

수단 외교관들에 따르면 UAE에서 다갈로 장군과 가장 가까운 유력자는 셰이크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부통령이다. 그는 다갈로 장군의 고향인 다르푸르에 있는 무장 단체들과 오랜 기간 접촉해왔다.

지난 2월에는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이 다갈로 장군과 회담하기도 했다.



이처럼 UAE 유력자들과 교류해온 다갈로 장군은 금 채굴로 쌓은 부를 UAE 두바이를 기반으로 불려 왔다. 두바이에 있는 그의 재산은 RSF를 정규군에 맞설 정도로 무장시키는 발판이 됐다.

UAE는 2018년 다갈로 장군이 예멘에 수천명 규모의 부대를 파견하는 데에 드는 비용을 대기도 했다고 수단 관리들은 전했다.

다갈로 장군은 또한 최근 리비아 동부를 장악한 군벌 수장인 칼리파 하프타르로부터 무기를 지원받았다. 하프타르는 UAE의 자금 지원을 받고 있는데 하프타르가 다갈로 장군 측에 제공한 무기가 자체 재고인지 아니면 UAE로부터 온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미국 당국자들은 전했다.

수단과 인접한 이집트는 다갈로 장군과 대립하는 알 부르한 장군의 정부군 쪽이다. 이집트는 수단 사태 발발 전후로 제트기 여러 대와 조종사들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는 '젖줄' 나일강의 수자원을 둘러싸고 에티오피아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어 수단과의 동맹이 필요한 상황이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최근 수년간 수단 내 긴장이 고조되자 공개적으로 육군 수장인 부르한 장군 편에 섰다. 군 장성 출신으로 2013년 쿠데타로 집권한 뒤 철권통치를 이어온 엘시시 대통령 입장에서 수단의 민주화는 불리한 일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엘시시 대통령은 또한 알 부르한 장군과 같은 군사대학에 다닌 개인적 인연이 있으며, 한때 민병대 지도자였던 다갈로 장군보다는 자신처럼 정식 훈련을 받은 군인이 수단을 통치하는 쪽을 선호한다고 NYT는 전했다.

이스라엘은 아랍 22개국 중 하나인 수단의 공식 인정을 바라고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지원 아래 2020년 수단과 관계 정상화를 위한 협정에 서명했다.

지난해에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대표단이 수단을 방문해 대테러와 정보 분야 협력을 제안한 다갈로 장군과 보안당국 수장들을 만났다고 서방과 수단 당국자들이 전했다.

이밖에 서방 국가들은 아프리카에서 중국·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해 수단 정권의 민정 전환을 꾀했으나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NYT는 덧붙였다.

리프트밸리연구소의 수단 전문가인 마그디 엘 기줄리는 "모든 이가 수단에서 무언가를 원하지만 이런 모든 간섭을 견딜 수는 없다"며 "경쟁적 이해관계와 주장이 너무 많다 보니 결국 위태로운 균형이 깨어지면서 지금 보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수단에서는 지난 15일부터 쿠데타 군정과 RSF 간 무력 충돌이 발발해 사망자 최소 400명을 포함해 수천 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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