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류된 러 비료 케냐로 운송…흑해 곡물운송 협약 살리기?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의 경제제재로 라트비아에 발이 묶였던 러시아산 비료 20만t 중 일부가 유엔식량계획(WFP)에 의해 아프리카 케냐로 운송됐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따르면 라트비아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전쟁 발발 직후인 작년 3월 압류했던 러시아산 비료 일부를 선적한 선박이 처음으로 리가에서 출항했다고 밝혔다.
라트비아 외교부는 이번 운송을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쟁으로 촉발된 식량 위기에 영향을 받은 국가들을 돕기 위한 기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WFP가 라트비아가 압류한 러시아산 비료를 앞으로도 여러 차례에 걸쳐 세계 각지의 어려움에 처한 나라로 운송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조치는 러시아가 유엔 등과 맺은 '흑해 곡물 협정'이 내달 18일 종료되는 것을 앞두고 이를 연장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힌 가운데 나와 주목된다.
앞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작년 7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흑해에서 곡물 수출선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협정을 체결했다. 주요 식량 생산국인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러시아의 해상봉쇄로 차단되자 전 세계적으로 식량 가격이 급등하며 위기가 고조된 데 따른 결과다.
러시아는 협정을 맺으면서 자국의 비료와 곡물의 수출 보장을 약속받았는데, 유럽연합(EU)이 자국산 비료 등을 계속 압류하고 있어 협정을 유지할 수 없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러시아 측의 반응은 아직 명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EU가 압류한 러시아산 비료 일부를 케냐로 보낸 이번 조처는 내주 뉴욕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흑해 곡물 협정 문제를 논의하기에 앞서 이뤄진 것이다.
라트비아에 발이 묶인 러시아산 비료 대부분은 러시아 화학회사 우랄켐과 비료업체 우랄칼리 소유로 알려졌다. 이 회사들은 올해 2월 라트비아에 있는 자국산 비료 중 3만4천t 이상을 케냐에 기증하길 원한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스푸트니크 통신은 EU의 제재로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 벨기에, 네덜란드 등 유럽 각국 항구에서 26만2천t에 이르는 러시아산 비료가 압류된 상태라고 전했다.
이 매체는 러시아 정부가 이 비료들을 세계 최빈국에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면서, 작년 9월에도 네덜란드에 있던 러시아산 비료 2만t이 말라위로 운송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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