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주목하는 중국…대만언급 수위, 한중관계에도 변수
'힘에 의한 현상변경 반대'·'전세계적 이슈' 등 표현 포함 여부 주목
작년 한미공동성명 '대만해협 평화 중요' 언급엔 외교적 항의로 대응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 다뤄질지가 한중관계에도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중 외교당국이 윤석열 대통령의 로이터 통신 인터뷰 발언을 둘러싸고 '대사 초치'와 '엄정 교섭(외교적 항의의 중국식 표현)'을 주고받는 공방을 벌였지만, 이는 '예고편'이고 아직 '본편'이 남아있다는 것이 베이징 외교가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중국이 20일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말참견 불용"(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이라는 외교결례에 해당하는 언사를 하고, 21일 윤 대통령을 특정하지 않은 채 "불장난을 하는 사람은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친강 외교부장)이라는 막말에 가까운 격한 표현을 쓴 것에는 한미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견제구 성격이 담겨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또 환구시보, 펑파이 등 중국 매체들도 최근 잇달아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주목하는 기사들을 쏟아냈다. 윤 대통령의 최근 로이터통신 인터뷰 발언 중 "대만 문제는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한 대목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서 한때 1위에 올라가기도 했다.
작년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대만 문제가 거론됐을 때 중국은 외교적 항의 수준에서 대응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5월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양 정상은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번영의 핵심 요소로서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엄정 교섭'을 제기했고, 외교 대변인 브리핑에서 "대만은 중국의 영토이며, 대만 문제는 순전히 중국의 내정으로 우리는 어떤 국가가 어떤 방식으로든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냈다.
그로부터 11개월 후 열리는 이번 한미정상회담 결과물의 대만 관련 표현과 중국의 대응도 작년에 비해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
작년 12월 한국의 인도·태평양 지역외교 전략 최종본에는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중요하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번영에 긴요함을 재확인한다"는 문안이 들어감으로써 대만 문제를 한국 안보와 연결했다.
그리고 지난 19일 보도된 윤 대통령의 로이터통신 인터뷰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를 강조하고 "대만 문제는 역내를 넘어선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규정했다.
11개월 사이에 한국발 대만 언급에서 '한반도 안보와 대만 문제의 연계', '힘에 의한 현상변경 반대', '전 세계적 문제' 등 요소가 새로이 등장했고, 이는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 또는 공동기자회견 등 계기에 반영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26일 한미정상회담이 미중전략경쟁의 한 챕터인 대만 관련 갈등에서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최근 대만 야권과는 손잡고, 집권 민진당과는 각을 세우며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반중' 세력의 재집권을 견제하는데 사력을 다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친중 성향인 대만 국민당 출신 마잉주 전 총통을 최근 초청하는 동시에 민진당이 이끄는 현 대만 당국 상대로는 대만 포위 군사훈련과 무역장벽 조사 등으로 압박한 것이 그 예다. 즉, 총통 선거가 친중 또는 반중에 따른 손익 계산 중심으로 전개되길 바라는 것이 중국의 의중일 것이며, 대만 문제가 가일층 국제화함으로써 집권 민진당에 힘이 실리지 않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한 중국은 시진핑 집권 3기 들어 자국민 단결을 강화하는 데 대만 이슈를 한층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런 배경 속에 윤 대통령의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를 '전 세계적 문제'로 규정하자 중국의 반발이 예상보다 강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중국은 다가올 한미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 언급 수위가 이 이슈의 '국제화' 수준을 높이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또 '힘에 의한 현상변경 반대'는 지난주 방중한 독일 외무장관을 비롯한 서방 인사들의 '고정 레퍼토리'이지만, 중국 입장에서 한미정상회담 합의문에 이런 언급이 새롭게 포함될 경우 중국이 펴는 '하나의 중국' 방어 전선에 대한 상당한 타격으로 여길 공산이 크다는 예상이 나온다.
베이징의 관측통들은 한미정상회담 이후 대만 관련 표현의 수위에 따라 외교적 항의 수준을 넘어선 상응 조치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는 한중관계의 향배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관측통들은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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