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 이름을 어디 함부로" 벨기에, 美 밀러맥주 압류해 폐기

입력 2023-04-22 21:43
"샴페인 이름을 어디 함부로" 벨기에, 美 밀러맥주 압류해 폐기

유럽 샴페인단체, 밀러의 '맥주계의 샴페인' 표기 문제삼아

밀러 맥주 회사 "결정 존중…미국 오시면 맥주나 한잔 합시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벨기에 세관이 미국 유명 맥주 브랜드 '밀러'의 대표 제품 '밀러 하이라이프'를 대량으로 압류해 폐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샴페인'이라는 명칭을 제품 설명에 무단으로 사용해 유럽의 원산지명 보호 규제를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2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벨기에 세관은 국제샴페인위원회(CIVC)의 요청에 따라 밀러 하이라이프 맥주 2천352캔을 압류해 최근 폐기 처분했다.

샴페인위원회는 "폐기 처분은 17일 대행업체에 의해 최대한 친환경적으로 이뤄졌으며, 내용물과 용기 모두 친환경적으로 재활용됐다"고 발표했다.

샴페인위원회는 샴페인 생산 및 유통에 관여하는 이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단체다.

이 단체는 이 맥주에 표기된 '맥주계의 샴페인(The Champagne of Beers)' 설명 문구가 유럽연합(EU)의 원산지명칭보호(PDO) 규정을 위반했다고 폐기 요청 사유를 설명했다.

유럽은 농산식품의 지리적 표시를 일종의 단체상표로 제도화해 원산지명을 법규로 보호하고 있다.

이 규제에 따르면 프랑스 샹파뉴(샴페인의 프랑스어 표기) 지역에서 만든 스파클링 와인이 아니면 샴페인이란 표기를 할 수 없다.

단체 측은 폐기 조치에 대해 "EU가 원산지명칭보호에 부여하는 중요성을 확인하고, 자신들의 명칭을 보호하려는 샴페인 생산자들의 결단에 보답했다"고 말했다.



하이라이프 맥주는 미국의 유명 맥주 브랜드 밀러의 제품군 중 가장 오래된 대표 제품이다. 출시 연도가 1903년으로 세상에 나온 지 무려 120년이나 됐다.

탄산을 많이 함유했다는 점을 홍보하기 위해 '병맥주계의 샴페인(Champagne of Bottle Beers)'이란 별칭을 출시 3년째부터 사용했다가 1969년 현재의 별칭(맥주계의 샴페인)으로 바꿔 지금까지 계속 써오고 있다.

이 맥주는 원래 유럽 지역에서는 판매되지 않는데, 한 바이어의 주문으로 독일로 향하던 중 벨기에 앤트워프 항에서 현지 세관에 압류됐다.

독일의 주문자는 이번 조치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샴페인위원회는 전했다.

밀러 맥주를 생산하는 몰슨쿠어스양조는 이번 사태에 대해 "샴페인 단어를 둘러싼 지역 규제를 존중한다"면서도 "우리는 밀러 하이라이프와 그 별칭, 이 맥주의 원산지(위스콘신주 밀워키)를 여전히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함께 하이라이프로 건배하기 위해 우리의 유럽 친구들을 언제든 미국으로 초청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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