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美 군사훈련 와중에 中외교부장, 필리핀 대통령 예방
남중국해 분쟁·관계 증진 방안 논의…'친미' 견제 나설 듯
마르코스, 내달 워싱턴 방문해 바이든과 회담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미국과 군사적 동맹을 강화하고 있는 필리핀을 방문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을 만난다.
22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친강은 전날 밤 마닐라에 도착했으며, 이날 엔리케 마날로 외교장관에 이어 마르코스 대통령과 면담할 예정이다.
필리핀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지역 내 안보 이슈를 비롯해 농업, 무역, 에너지, 인프라 분야의 협력 강화가 어젠다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외교부는 "상호 신뢰를 강화하고 양국의 이견을 적절히 조율하기 위한 방문"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외교부장에 임명된 친강과 마날로 장관은 올해 1월 마르코스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합의한 양국 관계 증진과 관련해 세부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에서 고조되고 있는 양국의 갈등을 해소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대화가 오갈 전망이다.
앞서 2016년 국제상설재판소(PCA)는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긋고 선 안쪽 90%가 자국 영해라고 고집하는 중국의 주장을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를 무시하고 있으며, 올해 2월 6일에도 남중국해의 세컨드 토마스 암초 지역에서 음식과 군용 물자 보급 작업을 지원하던 필리핀 선박을 향해 중국 함정이 레이저를 투사해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된 바 있다.
이번 방문은 필리핀과 미국의 연례 합동 군사훈련인 '발리카탄'이 진행 중인 시점에 이뤄져 주목된다.
오는 28일까지 실시되는 이번 훈련에는 미군 1만2천200명, 필리핀군 5천400명, 호주군 111명 등 역대 최대 규모의 병력이 참가한다.
필리핀은 지난해 6월 마르코스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과 필리핀은 1951년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해 동맹을 맺었다.
특히 올해 2월 2일에는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필리핀에서 칼리토 갈베즈 국방장관과 만나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에 따라 필리핀 내 군 기지 4곳을 추가로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미군이 추가로 사용하게 된 군 기지에는 대만과 인접한 북부 카가얀주의 카밀로 오시아스 해군 기지와 랄로 공항, 이사벨라주의 육군 기지 등 3곳이 포함됐다.
나머지 한 곳은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며 군 기지를 구축한 남중국해의 스프래틀리(중국명 난사·베트남명 쯔엉사·필리핀명 칼라얀)군도에 인접한 팔라완 부근의 발라박섬이다.
이에 중국 정부는 지역 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라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필리핀의 외교 전문가인 리처드 헤이다리안은 "이번 방문은 양국 관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면서 "중국이 필리핀에 무엇을 줄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마르코스 대통령은 다음 달 1일 미국을 방문해 워싱턴DC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 경제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한다.
특히 바이든은 유사시 필리핀 방어에 전력을 다하겠다면서 양국 동맹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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