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고위관료 "역외영토 칼리닌그라드에 미사일전력 증강해야"
외무부 본부대사 "동부도 미사일 늘려야…한반도 유사시 러 위협받아"
(이스탄불=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 러시아 외무부 고위관료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인접 지역인 역외영토 칼리닌그라드에 미사일 전력을 증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 배치 방침을 밝힌 데 이어 나토에 대한 압박을 더욱 강화하자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21일(현지시간) 리아 노보스티,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그리고리 마슈코프 러시아 외무부 본부대사는 이날 공개된 '국제문제저널'과 인터뷰에서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이 종료될 경우 전략적 균형의 공백 상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사일 분야를 비롯한 군비경쟁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되고 있다"며 "러시아는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칼리닌그라드를 포함해 전술 미사일 전력을 증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그는 상황이 악화할 경우 위험에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유럽에 중거리 핵전력을 배치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재평가하고 이들 전력의 배치 준비를 검토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2010년 체결된 핵군축 조약 뉴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가 핵탄두와 운반체를 일정 수 이하로 줄이고 쌍방 간 핵시설을 주기적으로 사찰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협정은 한 차례 연장을 거쳐 2026년 2월까지 유효하지만 지난 2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협정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에는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이번에 마슈코프 대사가 언급한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의 역외영토로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에 있다.
마슈코프 대사는 또한 동부 국경 지역에서도 대결 시나리오가 전개되거나 러시아가 분쟁에 개입될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 된다며 "해당 지역에 충분한 중거리 미사일 보유고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한반도 상황이 통제 불능이 될 경우 극동 지역의 우리 영토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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