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없어도 먼저 찾아내 환불"…이커머스업계 '가품과의 전쟁'
AI모니터링, 미스터리 쇼퍼, 디지털보증서…"가품 차단으로 신뢰도 높인다"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소비자 A씨는 최근 롯데온에서 무선 이어폰을 구매했다.
소리가 조금 이상했지만 별다른 의심은 하지 않았는데, 1주일 만에 롯데온에서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전액 환불해준다는 연락을 받았다.
롯데온이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오픈마켓에 입점한 판매자 상품 중 가품이 의심되는 제품을 선제적으로 걸러내 환불에 나선 것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커머스 업계는 최근 이처럼 가품 유통을 막기 위한 장치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직접 매입한 상품이 아니라 개별 판매자들이 입점 형식으로 판매하고 수수료를 내는 오픈마켓 제품은 선제적으로 가품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업체별로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롯데온은 우선 지난 1월부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24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오픈마켓 상품은 일반적으로 고객이 가품이 의심된다고 신고하면 제품을 회수해 정품 여부를 확인하지만, 신고가 없어도 먼저 문제가 되는 제품을 찾아내 피해를 막는다.
갑자기 구매 취소 비율이 높아지거나 고객의 정품 확인 질문에 성의 없이 답변하는 등 가품이 의심되는 상품은 즉각 담당자에게 통보된다.
이후 가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판매를 차단하고 정산대금 지급을 보류하는 한편 고객 환불에 나선다.
A씨가 구매했던 무선 이어폰도 이런 조치를 거쳐 고객에게 총 1억원 상당이 환불됐다.
롯데온은 또 외국인이나 해외 거주 판매자에 대한 입점 심사를 강화하고 반송지 주소나 비슷한 패턴의 이메일을 점검해 이름만 바꿔서 다시 입점하려는 가품 판매자들도 걸러낸다.
명품 전문관에서 취급하는 병행수입 상품은 브랜드 본사와 편집매장, 국내 병행수입 업체와의 거래 서류 등을 제출하고 통관 내역을 증빙해야 하는 등 한층 더 꼼꼼하게 관리한다.
내달부터는 성인용품이나 액상형 전자담배,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는 상품의 판매를 차단해 브랜드 가치 제고에 나선다.
11번가는 지식재산권 보호센터와 안전 거래센터 등을 통해 가품이 의심되는 상품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다.
또 '미스터리 쇼퍼' 제도를 운용해 가품이 의심되는 상품은 직접 구매해 감정하는 방식으로 유통을 차단한다.
실물 감정을 진행해 가품으로 판정 난 제품은 110% 보상해주고, 지난 3월 선보인 명품전문관 상품의 경우 200% 보상제를 운용하고 있다.
G마켓은 가품이 유통될 가능성이 높은 브랜드나 판매자의 패턴을 파악해 하루에 90만건 이상의 상품을 모니터링한다.
구매 후 1년 이내에 가품으로 신고하면 무상 회수해 브랜드사에 직접 감정을 요청하고, 가품으로 판별되면 100% 환불한다.
해외 직구 명품 제품의 경우 제품 수령 후 7일 내 감정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고 전문 감정을 거쳐 가품으로 확인되면 200%를 돌려준다.
SSG닷컴(쓱닷컴)은 명품의 경우 자체 검증을 통해 디지털 보증서를 발급하는 'SSG 개런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 무작위로 상품을 구매해 정품 여부를 감정하는 '미스터리 쇼퍼' 제도도 상시로 가동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픈마켓 상품은 일일이 검증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다양한 방법으로 가품 유통을 차단해 플랫폼 신뢰도를 높이면 매출도 동반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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