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외교부장 "대만문제 불장난하면 타죽어"…사실상 尹발언 견제(종합2보)

입력 2023-04-21 14:29
수정 2023-04-21 15:32
中외교부장 "대만문제 불장난하면 타죽어"…사실상 尹발언 견제(종합2보)

친강, 연설서 '힘에 의한 현상변경' 거론하며 "논리 황당, 그 결과는 위험"

26일 尹-바이든 회담 앞두고 대만 중요성 강조하며 한미 동시 견제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무력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변경에 반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이틀 뒤 중국 외교장관이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을 하는 자는 반드시 스스로 불에 타 죽을 것(玩火者, 必自焚)"이라며 강경 메시지를 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1일 상하이에서 '중국식 현대화와 세계'를 주제로 열린 '란팅(藍廳·blue hall) 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불장난…' 언급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 화두로 부상한 지난해 7월, 그리고 2021년 11월 각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온라인으로 소통하면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거론했던 표현이다.

친 부장은 "최근 중국이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에 도전한다', '무력이나 협박으로 대만해협 현상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려 한다', '대만해협 평화·안정을 파괴한다'는 등의 괴담을 우리는 늘 듣는다"며 "이런 발언은 최소한의 국제 상식과 역사 정의에도 어긋나며 그 논리는 황당하고 그 결과는 위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19일 보도된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만 해협 긴장 상황에 대해 "이런 긴장은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친 부장이 연설에서 윤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윤 대통령 발언과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인용한 점, 전날 한중 외교당국이 윤 대통령 발언을 두고 공방을 벌인 점 등을 감안할 때 윤 대통령 발언을 비난하는 의미를 담아 말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 나아가 오는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서 이뤄질 대만 관련 논의에 앞서 대만 문제의 중요성과 민감성을 알리며 한미에 견제구를 던진 것으로도 해석된다.

친 부장은 "대만은 예로부터 중국 영토의 나눌 수 없는 일부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이 모두 '하나의 중국'에 속해 있다는 것이 대만의 역사이자 대만의 현상"이라며 "대만의 중국 반환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질서의 일부였고, '카이로 선언'과 '포츠담 선언'에 명백하게 적혀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국제 규칙을 파괴하고, 일방적으로 현상을 변경하고, 대만해협의 안정을 파괴하는 것은 중국 대륙이 아니라, 대만 독립·분열 세력과 '대만 독립'을 이용하려하는 소수의 국가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들이 정의하는 '규칙', '현상(現狀)', '안정'은 실질적으로 '하나의 중국'을 허공에 뜨게 하고, 중국을 '평화적으로 분열'시키는 것을 의미하며, 2차 대전의 역사를 왜곡하고, 전후 질서를 뒤집고, 중국의 주권을 짓밟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의 땅은 돌아왔고, 절대 다시 잃을 수 없다"고 강조한 뒤 "전후 국제질서는 수립됐으며, 뒤집는 것을 절대 허용할 수 없다"며 "국가의 주권과 영토 완전성 수호는 천지의 대의"라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는 '국제질서'의 기치를 내세우며 국제공리를 훼손하는 짓을 하는 세력들에게 경고한다"며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에서 문장을 더하려 하는 자는 그가 누구든 우리가 결코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며, 중국의 주권과 안보를 건드리려 하는 자는 그가 누구이든지 우리는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불장난…' 언급은 이 발언 바로 다음에 나왔다.

이번 친 부장 연설의 주제는 '중국식 현대화와 세계의 새로운 기회'였는데, 마지막에 대만 문제를 고강도 어조로 거론했다.

중국의 강성 대외 기조를 뜻하는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의 상징적 인물로 평가받는 친 부장은 외교 분야에서 시진핑 주석의 '총아'로 꼽힌다. 주미대사로 재직하다 지난해 12월 왕이 현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의 후임 외교부장으로 발탁된 데 이어 3월 부장보다 한 단계 높은 국무위원직까지 겸임하게 됐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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