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수백만명, 전례없는 열파에 단전까지 '이중고'

입력 2023-04-21 10:09
방글라데시 수백만명, 전례없는 열파에 단전까지 '이중고'

(서울=연합뉴스) 유창엽 기자 = 이슬람 단식성월인 라마단을 지내는 남아시아 방글라데시에서 전례 없는 열파에 따른 전력수요 급증으로 전력량이 태부족해 수백만 명이 전력을 공급받지 못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21일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전하고 농부들의 관개용 펌프 사용 급증과 라마단 기간 상업활동 증가도 전력수요 급증의 한 요인이라고 보도했다.

수도 다카 외곽에 사는 주민 문나 칸은 "전기 없이 밤에 자기가 힘들고 종일 단식한 후에는 훨씬 더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전력 부족은 밤에 가장 심각하다.



통신은 항구도시 치타공과 섬유·제약·황마제조 중심지인 미멘싱이 최악의 전력난을 겪는 도시들이라고 전했다.

단전 탓에 방글라데시에서 중요한 수출지향형 의류제조업의 생산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의류제조업은 월마트, 갭, H&M, VF 코퍼레이션, 자라, 아메리칸 이글 아웃피터스 등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의류제조수출협회 부회장인 샤히둘라 아짐은 "생산을 계속하려면 자체 발전소 가동을 위한 경유가 더 많이 필요하다"며 "이 때문에 생산비용이 올라가더라도 바이어들은 돈을 더 지불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일까지 1주일 동안 수도 다카의 평균 최고기온은 직전 주에 비해 4.3% 높았고,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12.5%나 높았다. 지난 19일에는 방글라데시 서부지역 낮 최고기온이 섭씨 42.8도로 치솟았다.

나스룰 하미드 에너지 장관은 지난 18일 밤 페이스북 계정에서 "국민들, 특히 어린이들과 노인들이 고통을 많이 받고 있다. 우리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통에 진정한 동감과 유감을 표한다"고 썼다.

하미드 장관은 "낮 최고기온이 50여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오르게 한 현재의 전례 없는 열파 때문에 전력 수요가 예상치보다 훨씬 더 많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전반적인 전력공급이 지난 19일까지 7일 동안 수요의 6.6%를 충족하지 못했다. 이는 이 기간 수요가 직전 주에 비해 거의 14% 급증했기 때문이다.

방글라데시 기상청은 온 나라가 이번 주말 시작되는 라마단 종료기념 축제 '이드 알 피트르'를 준비하는 가운데 열파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yct94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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