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극우정권, 뉴욕 총영사로 인종주의자 임명 논란

입력 2023-04-21 10:49
이스라엘 극우정권, 뉴욕 총영사로 인종주의자 임명 논란

(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인종주의자를 자처한 전력이 있는 극우 정치인을 미국 뉴욕 총영사로 임명해 논란이 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집권 리쿠르당 소속인 메이 골란 정무장관을 뉴욕 총영사로 임명했다.

골란은 의회의 인준 절차를 거치면 지난달 사임한 아사프 자미르 전 총영사의 후임이 된다. 자미르 전 영사는 정부의 사법개편에 항의하며 "이스라엘이 가는 방향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는 말을 남기고 사표를 던졌다.



골란 장관은 과거 이스라엘에 있는 아프리카 난민들을 무슬림 잠입자, 범죄자, 성범죄자 등으로 부르면서 이들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를 퍼트리고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해 물의를 일으켰다.

극우 정당 '유대인의 힘' 소속이던 지난 2013년에는 한 정치집회에서 조국과 기본권, 안보를 지키길 원한다고 언급하면서 "인종차별주의자로 불린다면 인종차별주의자인 게 자랑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 내 최대 유대교 종파인 '개혁운동'을 깎아내린 적도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 외에 유대인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고, 뉴욕은 미국에서 가장 큰 유대인 커뮤니티가 있는 곳이라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지적했다.

골란은 뉴욕 총영사로 임명된 뒤 "매우 설렌다"고 소감을 밝히면서 미국 유대인 사회와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모든 유대인 조직 수장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직 이스라엘 대사들은 골란의 뉴욕 총영사 임명에 충격받았다면서 골란은 이스라엘이 필요로 하는 뉴욕 총영사의 모습과는 정반대인 인종주의자이자 분열을 야기하는 인물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마틴 인디크도 미국 내 유대인들에게 골란의 임명은 극도로 무례한 처사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미국 내 최대 유대인 단체인 '개혁파 유대교 연합'(URJ)의 릭 제이컵스 랍비(유대교 율법학자)는 "새로운 뉴욕 총영사로 신중하고 외교적이며 도덕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을 원하지만, 골간은 이와는 정반대 인물"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진보 성향의 친이스라엘 로비 단체인 J스트리트도 네타냐후 총리의 골란 임명은 민주주의에 대한 모욕이자 활기찬 다양성의 도시인 뉴욕의 시민들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골란이 사법부 권한 축소 입법에 대한 강력한 지지자였다면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한 네타냐후 총리가 내각에서 골란을 빼기 위해 그를 뉴욕 총영사로 임명했다고 보도했지만, 여당인 리쿠드당은 이를 부인했다.

리쿠드당은 골란이 뛰어난 영어 실력을 갖춘 공공외교에 적합한 인물로 판단했기에 그를 뉴욕 총영사로 임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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