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은행위기 확산 과정서 정치인 소유 은행주 투매 논란
당국 브리핑 당일 처분하기도…'내부 정보 취득' 의혹까지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지난달 미국 은행 위기가 확산하는 과정에서 연방 하원 의원들이 재빨리 은행 관련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0일(현지시간) 금융 정보 분석업체 '캐피톨 트레이즈' 분석을 인용해 최소 8명의 하원 의원이 지난달 본인이나 가까운 친척의 은행 주식을 정리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소속인 재러드 모스코위츠(플로리다)의 경우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한 지난달 10일 자녀 명의로 된 투자 계좌에서 지방은행인 시코스트은행 지분을 투매했다.
처분 규모는 6만5천~15만 달러(약 8천500~1억9천800만 원) 수준이었다.
이후 SVB 파산은 지방은행 등 중소형 은행들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로 확산했고, 사흘 후인 13일에는 시코스트은행 주가는 20% 가까이 폭락했다.
외견상으로는 큰 문제가 없는 거래로 보이지만, 모스코위츠 의원은 사태 발생 초기 은행 위기에 대한 당국의 브리핑에 참석했다.
일반인이 접할 수 없는 당국의 정보에 따라 거래를 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모스코위츠 의원은 보유 종목을 다양화하라는 재무 관리인의 조언에 따랐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지분을 처분한 것도 당국 브리핑에 참석하기 전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인 댄 골드먼(뉴욕) 하원 의원의 경우 뱅크런 우려가 제기된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에 긴급 자금이 수혈되기 전날인 지난달 15일에 이 은행 지분을 처분했다.
같은 날 민주당 로 칸나(캘리포니아) 하원 의원의 부인과 자녀들도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지분을 정리했다.
골드먼 의원과 칸나 의원은 주식 처분에 자신이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그러나 미심쩍은 거래에 대해선 동료 의원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연방 의원들의 주식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 중인 셰러드 브라운(민주.오하이오) 상원 의원은 "의회에서 일하면 더 많은 내부 정보를 알게 된다"고 지적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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