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韓中 대만·북한 인식차…尹발언 관련 공방의 함의는
中, 북한 관련 韓헌법 규정·남북기본합의서 내용 부정
대만 견제 '한미일 연대' 우려해 고강도 견제했을 수도
(베이징·서울=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김효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을 둘러싸고 불거진 한중 외교 당국 간의 갈등은 두 사안을 보는 양국 인식 차의 골이 깊다는 점을 확인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보도된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만의 문제가 아니고 남북한 간의 문제처럼 역내를 넘어서서 전 세계적인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20일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 때 "타인의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보통의 외교 무대에서 용인되는 타국 정상에 대한 비판의 '선'을 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북한과 한국은 모두 유엔에 가입한 주권 국가로, 한반도 문제와 대만 문제는 성질과 경위가 완전히 달라 서로 비교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두 문제의 유사성에 주목한 윤 대통령 발언에 이의를 제기했다.
중국이 남북한이 나란히 유엔에 가입한 별개 국가임을 강조한 배경이 우선 주목된다. 이는 대만을 영토의 일부로 보는 자국 입장을 부각하기 위한 언급임과 동시에 노골적으로 한국 헌법과 남북기본합의서상의 남북 관계 특수성을 부정했다는 또 다른 측면이 있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는 헌법 제3조와, '(남북) 쌍방 사이의 관계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는 남북기본합의서(1991년) 전문(前文) 내용을 사실상 공개적으로 부정한 언급이었다.
중국의 입장은 단순히 남북한이 나란히 유엔에 가입한 현실을 거론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남북통일의 '법적 근거'이자 '당위적 이유'로 삼을 수 있는 내용을 부정한 것이기도 했기에 한국 입장에서는 그대로 수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는 최근 중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대해 철저히 북한의 입장을 옹호하는 상황과 오버랩된다. 미·중 갈등 심화 속에 북한이 가진 전략적 가치에 주목하며 북한과의 전략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의 행보는 앞으로 북핵 문제에 중대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아울러 중국이 대만 문제를 남북문제에 빗댄 윤 대통령 발언에 발끈한 데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건드렸다는 인식에 따른 기계적 반발 측면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대만 문제에 대한 한국의 관심과 관여를 강도 높게 견제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었다.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의 개입 여부, 그에 따라 한국이 대만 관련 충돌에 연루될지 여부 등은 아직 불확실성의 영역에 있다.
북한발 위협에 직면한 한국의 안보상 이해는 대만해협 충돌이 일어나지 않음으로써 '주한미군의 대만 사태 연루→대북 안보 구멍'의 상황을 피하는 데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 대만 문제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남북 관계와 대만 문제를 나란히 거론한 윤 대통령 발언의 기저에는 이와 같은 인식이 깔려 있다는 것이 일각의 평가다.
결국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한 중국의 반발은 한국이 미국·일본과 대만 문제에서 보조를 같이하는 데 대해 고도의 경계심을 드러낸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가능해 보인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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