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전기요금 인상여부 결정, 또 내달로 넘어가
"계속 의견 수렴"…한전 1∼2월 손실 1.4조원
"뼈깎는 한전 구조조정 선행돼야", "정치적 고려 대신 원가주의를"
(세종=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3월에 내려졌어야 할 '2분기 전기 요금' 인상 여부 결정이 결국 4월을 넘길 전망이다.
전기 요금이 원가에 크게 못미처 한국전력[015760]의 손실이 늘고 있는 만큼 정부와 여당은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물가 상승 등 경제 여건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데다, '제2의 난방비 폭탄'과 같은 부정적 여론이 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선뜻 결정하기 주저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여러 의견을 들어보는 연속선에 있는 상황으로, 아직 전기 요금 인상 여부에 관한 결정을 내릴 단계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전날 전기·가스 요금 관련 민·당·정 간담회를 열었지만, 인상 여부 결정 시점에 대해선 함구했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간담회 결과 브리핑에서 "전기·가스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은 다 같이했다"면서도 "(인상 결정) 시점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료비 연동제가 시행된 2021년 이후 분기마다 적용되는 전기 요금은 해당 분기 시작 전에 발표되는 것이 관례다. 그러나 올해는 제때 결정이 이뤄지지 않아 2분기인 현재도 1분기 요금이 적용되고 있다.
이달 마지막 주(24∼30일)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도 인상 여부 결정 시점과 맞물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에 대통령실 경제수석, 산업부 장관, 한전 사장이 모두 수행한다"며 현실적으로 이달 안에 전기 요금 인상 여부에 관한 결정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했다.
현재 한전은 적자 구조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작년 한전의 1kWh당 전기 구입 단가는 155.5원이었지만, 판매 단가는 이보다 30원 이상 낮은 120.51원이었다. 이에 따라 한전은 작년 한해 전기 판매 과정에서 22조8천여억원의 손실을 봤다.
올해 1분기 전기 요금이 kWh당 13.1원 올라 역대 분기별 최고 인상 폭을 기록했지만, 원가와 판매 가격 역전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2월 한전의 전기 구입 단가와 판매 단가는 1kWh당 각각 165.59원, 149.73원으로, 두 달 동안 1조4천여억원의 손해로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전기 요금에 대한 '정치적 고려'가 전기 요금 현실화를 어렵게 만든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부 산하 전기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강승진 한국공학대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원가주의 원칙이 있는데, 정치적 고려 때문에 그렇지 못하게 된다"며 "독립 기구에서 전문가, 판매자, 소비자 간 심층 토론을 거쳐 전기 요금을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난방비 폭탄'이 한 차례 있었던 데다, 고물가 등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전기 요금 인상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한전이 손실만 부각할 게 아니라, 고강도 자구책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국민들에게 요금을 올려달라고 하기 전에 한전·가스공사도 뼈를 깎는 노력을 해달라고 여러 차례 촉구했지만, 아직 응답이 없어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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