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형상에 신축성까지…신개념 3D프린팅 전도체 잉크 개발
정승준 KIST 책임연구원팀, 국제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 게재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마요네즈처럼 짜낼 때 모양을 유지하는 성질을 지닌 전도성 잉크로 자유로운 3차원(3D) 형태를 만들 수 있는 프린팅 기술이 개발됐다.
기존 소재보다 탄성과 전도성을 모두 높여 웨어러블 기기에 필요한 유연소자 상용화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소프트융합소재연구센터 정승준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어느 방향으로나 인쇄가 가능한 3D 프린팅 공정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활용해 인체 맞춤형 자유형상 소자를 개발하는 데도 성공했다고 21일 밝혔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최근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인체에 밀착해 생체 신호를 읽어내는 기술이 주목받으며 이에 활용되는 부드러운 소자인 '스킨 일렉트로닉스'가 주목받고 있다.
이런 스킨 일렉트로닉스는 사용자의 신체와 이용 목적에 맞는 자유로운 형태가 요구되는데, 기존 반도체 공정이나 3D 프린팅 기술은 소재를 쌓아 올리는 적층 방식을 활용하다 보니 형태가 자유롭고 변형도 가능한 회로를 제작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부드러운 전도체를 3D로 직접 그릴 수 있는 소재를 찾던 중 마요네즈 같은 유화액에 주목했다.
유화액은 물과 기름처럼 액체에 섞이지 않는 다른 액체를 미세입자로 분산시킨 것으로, 이런 유화작용이 일어난 액체는 노즐을 통과해도 에너지가 분산돼 형태가 잘 변형되지 않는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정 책임연구원은 "마요네즈나 크림을 별 모양 토출구로 짜면 잘 짜지면서 유지가 되는데 소재가 가진 유화작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은을 섞어 전도성을 높인 고분자를 녹이는 용매와 고분자와 섞이지 않는 용매를 도입한 유화액 잉크를 개발해 어느 방향으로든 인쇄해도 형상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3D 프린팅이 가능하게 했다.
이렇게 인쇄된 소재는 기존 전도성 잉크와 달리 외부 충격이나 기계적 변형에 자유롭고, 본래 길이보다 절반 이상 늘어나도 높은 전도도가 유지됐다.
연구팀은 이 소재를 활용해 바닥 배선을 뛰어넘는 3차원 배선 구조를 만들고, 이를 손가락에 붙여도 동작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에 개발된 소재는 소재전문기업과 공동으로 양산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으며, 웨어러블 및 생체 의학기기, 소프트로봇 등에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정 책임연구원은 "개발된 소프트 전극 소재 및 공정 기술은 기존 정형화된 전자기기의 디자인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폼팩터를 가지는 웨어러블 기기 제작에 기여할 것"이라며 "나아가 사물인터넷, 가상 증강 현실을 위한 인터페이스, 바이오 인터페이스 등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에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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