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바다거북도 온난화 불똥…"해수면 상승에 알낳는 둥지 위험"
스페인 연구팀 "온실가스 상당히 억제돼도 2050년 장수거북 둥지 50% 잠겨"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지구온난화로 해수면 상승 속도가 빨라지면서 바다거북들이 알을 낳기 위해 둥지를 트는 세계 각지의 해변 모래사장이 물에 잠길 위험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페인 카디스대 마르가 리바스 교수팀은 21일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서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를 적용해 해수면 상승 영향을 분석한 결과 2050년까지 호주, 도미니카 공화국, 코스타리카, 미국 등의 바다거북 번식지가 상당수 물에 잠길 것으로 예측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상당히 강력한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시행되는 경우에도 많은 거북 번식지가 해수면 상승으로 물에 감길 것으로 전망됐다며 특히 장수거북의 둥지가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들은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 RCP 8.5와 RCP 4.5를 적용할 경우 해수면 상승으로 바다거북 번식지 7곳의 둥지 2천835개가 물에 잠길 위험을 분석했다.
RCP 8.5는 온실가스 배출이 21세기 내내 현 추세대로 계속되는 경우이고, RCP 4.5는 온실가스 규제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2040년께 최대 기록 후 감소하는 경우다.
조사 대상은 장수거북, 붉은바다거북, 대모거북, 올리브바다거북, 푸른바다거북 등 다섯 종의 번식지인 코스타리카 몬동귀요 해변, 쿠바 구하나카비브스 반도, 도미니카 공화국 사오나섬, 에콰도르 해안, 호주 레인섬, 미국 플로리다 세인트조지섬, 카리브해 네덜란드령 신트외스타티위스섬 등이다.
분석 결과 RCP 4.5 시나리오에서도 평평하고 낮은 해변의 번식지는 해수면 상승에 매우 취약해 2050년까지 호주 레인섬과 도미니카공화국 사오나섬, 미국 세인트조지섬, 코스타리카 몬동귀요 해변의 둥지는 100% 물에 잠길 것으로 예측됐다.
바다거북들이 선호하는 둥지 위치가 달라 물에 잠길 위험도 종별로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낮고 평평한 해변을 좋아하는 장수거북의 둥지는 2050년 전체의 50%가 물에 잠기는 반면 모래 언덕과 가파른 절벽에 가까운 고지대에 둥지를 트는 대모거북과 푸른바다거북의 둥지는 각각 18%와 13%가 잠길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팀은 "바다거북 암컷들은 부화했던 해변에 다시 둥지를 트는 습성이 있다"며 "이 연구 결과처럼 해수면 상승으로 바다거북 둥지가 물에 잠긴다면 바다거북 개체 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해수면 상승이 바다거북 개체 수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은 현재로서는 불분명하다"며 "바다거북들이 서식지 침수에 얼마나 빨리 적응할 수 있는 조사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어 "이 결과는 해수면 상승의 영향을 완화하고, 둥지 해변에 모래를 다시 채우고, 둥지를 옮기고, 거북 부화장을 이용하는 등 바다거북의 대응 능력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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