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열풍에 창작자·AI기업 갈등 고조…법적 다툼으로 번져
독일 협회·노조 42곳 EU에 규제 촉구…레딧 "AI기업에 비용 청구 계획"
'저작권 침해' 주장에 AI기업 "위반 특정 안돼" 맞대응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챗GPT의 세계적 흥행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 활용이 확산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콘텐츠 창작자들과 이들의 콘텐츠를 이용하는 AI 기업 사이에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작가·예술가를 비롯한 창작자는 물론 온라인 커뮤니티와 미디어 등이 AI 모델 훈련에 자신들의 콘텐츠를 활용하는 기업들에 이용료를 낼 것을 요구하는 상황으로, 양측의 접점을 찾기 쉽지 않다는 관측 속에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 독일 협회·노동조합 42곳, EU에 'AI 규제' 서한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작가·예술가 등 14만여명이 속한 독일 내 42개 협회·노동조합은 이날 챗GPT로 인해 저작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유럽연합(EU)에 AI 규정 강화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서한에는 독일 서비스산업 연합노조와 독일 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창작 부문, 사진작가·디자이너·기자·삽화가 협회 등이 참여했으며, 이들은 EU 집행위원회와 유럽이사회, EU 의회 등에 규제를 촉구했다.
지난해 AI 규정 초안을 발의한 EU 집행위원회는 향후 수개월간 세부 사항을 검토한 후 입법을 마무리하겠다는 구상이다.
협회·노조는 생성형 AI가 사람을 모방하고 창작물을 기반으로 글이나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저작권) 보호 대상인 교육용 자료의 무허가 사용, 그와 관련한 불투명한 과정, 생성형 AI 결과물에 의한 대체 가능성 등은 책임소재와 사례금과 관련한 근본 문제를 제기한다"면서 "되돌릴 수 없는 피해가 생기기 전에 대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창작자들의 우려는 거대언어모델(LLM)을 이용한 생성형 AI 모델이 온라인상의 문서·이미지를 대규모로 학습한 뒤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요구에 맞춰 대답을 내놓는 데 따른 것이다.
AI 학습을 위해 인간의 저작물을 저작권자 허락 없이 활용하는 것이 타당한지, AI가 산출한 글과 그림·음악 등을 저작물로 보호해야 하는지 등의 문제도 대두되는 상황이다.
◇ 레딧 "몇주 내 AI기업 과금 발표"…WSJ 등 미디어들도 대응 검토
일평균 방문자가 5천700만명에 이르는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도 최근 AI 기업들이 커뮤니티 내 자료를 다운로드하기 위해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사용할 때 비용을 청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레딧 측이 현재 세부 사항 확정 작업을 진행 중이며, 수주일 내에 요금 등을 발표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스티브 허프먼 레딧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레딧의 데이터 뭉치는 매우 가치 있지만 우리가 이들 모두를 일부 세계적 대기업들에 공짜로 줄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레딧의 데이터를 긁어가 가치를 만들어내면서도 레딧 사용자들에게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규정을) 강화할 적기이며, 그게 공평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미디어 업계 경영진들도 AI 챗봇 훈련에 자사 콘텐츠가 얼마나 사용되는지, 어느 정도 보상을 받아야 하는지, 법적 대응 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캐나다 언론사 2천여 곳이 가입된 뉴스미디어연합(NMA)은 이와 관련해 여러 차례 회의를 열었고, 대니얼 코피 NMA 부회장은 "보상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 AI 이미지 둘러싼 美소송전…"저작권 침해" vs "위반 특정 안돼"
미국 최대 이미지 플랫폼 게티이미지는 이미지 생성 AI를 개발한 스태빌리티AI 측이 자사 소유 이미지를 무단으로 학습시켰다고 주장하며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처럼 창작자·미디어 등과 AI 기업 간의 갈등은 법적 다툼으로 옮겨가고 있다.
앞서 일러스트레이터·만화가인 사라 안데르센, 켈리 맥커넌, 칼라 오티즈는 이미지 생성 AI를 만든 스태빌리티AI, 미드저니 및 온라인 커뮤니티 디비언트아트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 저작권 침해 소송을 냈다.
예술가들은 이들 업체가 원작자 동의 없이 무단으로 약 50억 개 이미지를 AI 학습에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피고들은 AI가 만들어낸 이미지가 창작자들의 작품과 비슷하지 않고 저작권 침해 작품이 특정되지 않았다면서 법원에 기각을 요청했다고 로이터가 이날 전했다.
스태빌리티AI 측은 "원고들이 AI 생성 이미지의 위반 혐의를 한 건도 찾지 못했다"고 밝혔고 미드저니 측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이용자들이 AI 기업의 기술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커뮤니티 디비언트아트 측은 "원고들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AI 기업과 달리 커뮤니티인) 디비언트아트는 법적 책임이 있는 어떠한 것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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