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무정부주의자, 감형 희망 생기자 '181일간의 단식 종료'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의 무정부주의자 알프레도 코스피토(55)가 가혹한 수감 환경에 반발해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째 이어온 옥중 단식 투쟁을 돌연 중단했다.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인 코스피토가 19일(현지시간) 밀라노의 오페라 교도소 측에 단식 투쟁을 종료하겠다는 뜻을 서면으로 전달했다고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가 보도했다.
코스피토는 최근 건강 상태가 악화해 밀라노에 있는 산 파올로 병원에 입원해 있다. 몸무게가 120㎏이 넘었던 그는 현재 69.5㎏으로 체중이 50㎏ 넘게 빠졌다.
다만 그는 최근 몇주간은 기존에 복용했던 설탕, 소금, 꿀 외에도 치즈와 보충제를 먹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해 5월 교도소 행정명령 41조 2항을 적용받아 독방에 수감됐다. 마피아 보스 등 범죄 조직 지도자들이 감옥에서 범죄를 모의하거나 지시하지 못하도록 외부 세계와 철저하게 차단하고 고립시키는 규정이다.
그는 가혹한 처사라며 작년 10월 20일 단식에 돌입했다. 코스피토의 단식 투쟁이 해를 넘기며 이어지자 그의 지지 세력은 이탈리아 국내외 공공기관을 잇달아 공격하고 과격 시위를 벌이며 처우 개선을 압박했다.
"내가 죽은 뒤에도 누군가가 이 싸움을 이어가길 바란다"며 결연한 각오를 다졌던 그가 41조 2항이 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식 투쟁을 종료한 데에는 전날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2006년 경찰학교에 폭탄을 설치하고, 2012년 원자력기업 대표의 무릎에 총을 쏜 혐의로 유죄 판결이 내려져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코스피토의 변호인은 경찰학교 폭탄 설치 사건으로 아무도 다치지 않았는데 종신형을 선고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재판소는 전날 정상 참작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데도 국가기관을 테러 대상으로 삼았다는 이유만으로 종신형을 선고할 수 있는 법 조항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종신형에서 벗어나 감형의 길이 열린 코스피토는 판결 하루 만에 단식 투쟁 종료를 선언했다.
코스피토의 변호인은 "지난해 10월 20일부터 181일간에 걸친 단식 투쟁으로 41조 2항의 부당함을 알리겠다는 의뢰인의 목표는 이미 달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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