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최태원·정의선·구광모 미국行…IRA·반도체 해법 모색
반도체 보조금 '자료 제출 기준' 완화 등 합의 기대
IRA 전기차 보조금 제외 실마리 찾을까…양국 기업·기관간 수십건 MOU 체결도
(서울=연합뉴스) 재계팀 = 다음 주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한 4대 그룹 총수와 6대 경제단체장이 총출동한다.
미중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심화하는 가운데 경제사절단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지원하고, 미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에 따른 국내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 재계 총수 총출동…반도체법 피해 최소화 방안 이끌어낼까
19일 재계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 등 총 122명으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은 방미 기간 미국 정·재계 관계자들과 잇따라 만나 양국의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전경련과 미국상공회의소가 주관하는 한미 첨단산업 포럼, 미국 정부 주최 백악관 환영 행사, 중소벤처기업부 주최 한미 클러스터 라운드 테이블 등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특히 최근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 등을 잇따라 시행하며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강화하고 나선 만큼 이에 따른 국내 기업의 피해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미국의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과 첨단산업 분야에서의 중국 배제 흐름 속에서 이번 방미는 한미 간 경제안보협력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산업계와 재계에서는 미국이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자국 우선주의 움직임을 보이는 와중에도 미국의 주요 안보·경제 동맹국으로서 우리 정부가 제 목소리를 내주길 바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한 보조금 지급 요건으로 '영업 기밀'인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 등의 자료 제출과 초과이익 환수 등 다소 무리한 조항을 내건 상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이 이번 방미 기간 미국 정·재계 인사들과 만나 자료 제출 범위 축소 등의 합의점을 이끌어내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170억달러(약 22조5천억원)를 투입해 미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고, SK하이닉스[000660]는 메모리 반도체 첨단 패키징 제조시설 등에 150억달러(약 19조9천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양사 모두 보조금 신청 의향서 제출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으나, 업계에서는 보조금 신청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기밀 유출 논란 등에 대한 해법 모색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 IRA 보조금 제외 실마리도 관심사…공급망 다변화 대응 모색
IRA에 따른 국내 자동차업계의 보조금 제외 문제도 실마리를 찾을지 관심사다.
IRA는 최종적으로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에 대해서만 세액공제 형태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골자로,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최종 발표한 보조금 지급 대상 전기차 16종에는 현대차·기아 차량이 모두 제외됐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가 IRA 적용이 제외되는 상업용 자동차 규정을 활용해 활로를 찾는 상황에서 이번 방미로 보조금 제외 문제가 획기적으로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테슬라를 제외한 모든 북미산 전기차에 국내 배터리 3사의 배터리가 공급되는 것을 지렛대로 활용해 한국 업체에 대한 세부규정 적용을 유연화하는 방향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IRA와 같은 보조금 규정이 궁극적으로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만큼 이들 업체가 광물 등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때까지 시간적 유예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학과 교수는 "미국이 목표로 하는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이 변화에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전기차와 관련해선 한국의 배터리 3사가 주도권을 갖고 있긴 하지만, 그들이 광물 요건 등을 맞출 수 있도록 한국에 대해선 요건을 유연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배터리 업계의 경우 당장은 IRA 시행으로 수혜를 본다고 하나 2025년부터는 중국산 핵심 광물을 한국에서 가동해 쓰는 것이 불가능해진 만큼 핵심광물의 탈중국과 공급망 다변화 과제를 안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방미에 앞서 지난 17일 충북 청주에 있는 LG화학[051910] 양극재 공장을 찾아 배터리 소재 공급망과 생산 전략을 점검하고 시장의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 항공우주·에너지 등 첨단 산업 분야 협력 강화
이번 사절단의 테마가 첨단산업인 만큼 반도체뿐 아니라 항공우주·방위산업·에너지·바이오·모빌리티 분야 기업들도 대거 포함됐다.
롯데그룹의 경우 지난해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에 있는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인수하는 등 바이오 사업에 힘을 주고 있는 만큼 관련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롯데는 바이오사업에 10년간 2조5천억원을 투자해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지난해 제시했다.
한화그룹은 김동관 부회장과 이구영 한화솔루션[009830] 사장이 사절단에 포함돼 태양광 사업과 우주·방산 산업의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태양광 모듈 시장 1위 사업자로, 내년까지 조지아주 달튼과 바토우 카운티에 25억달러(약 3조2천억원)를 투자해 태양광 통합 생산 단지 '솔라 허브'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효성그룹과 LS그룹은 미국에서 전력·통신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는 추세에 발맞춰 미국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조원태 회장이 경제사절단에 포함된 대한항공[003490]은 이번 방미를 계기로 아시아나와의 합병에 대한 미국 기업결합 승인을 얻어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원전 분야 협력과 관련해 진전된 조치가 있을지도 주목된다.
미국 정부는 최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체코 원전 수출 신고를 반려한 바 있다. 이에 한수원이 한국형 원전의 독자 수출 가능 여부를 놓고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소송 중인 상황에서 체코 원전 수출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번 방미 기간 양국 기업·기관 간 수십 건의 양해각서(MOU) 체결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에너빌리티[034020]는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을 위해 손잡고 있는 미국 뉴스케일파워 등과 추가 협력 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연계된 미국과의 공급망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며 "양국 경제인 간 행사를 통해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바이오 등 첨단산업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통상 분야를 관장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반도체·원자력 등 담당 부서를 중심으로 정상회담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어떤 내용이 최종적으로 의제로 오를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정상회담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하나 전성훈 김보경 김아람 이슬기 기자)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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