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안보 이유로 '전승절' 기념 대규모 시민행진 취소
2차대전 참전용사 기리는 '불멸의 연대' 행사 대체 방안 제시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최수호 특파원 = 매년 러시아 전승절(5월 9일)에 시민들이 대규모 거리 행진을 하며 전몰 용사를 추모했던 '불멸의 연대' 행사가 올해는 안보 문제로 열리지 않는다고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다.
19일 타스통신과 현지 인터넷 뉴스매체 '가제타.루' 등에 따르면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의원이자 불멸의 연대 중앙본부 공동의장인 엘레나 추나예바는 "전승절을 기념해 전통적으로 시민들이 직접 참석했던 불멸의 연대 행진이 올해에는 취소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크림공화국을 비롯해 다수 지역에서 안보 위협을 이유로 이 행사를 열지 않기로 했다"며 "불멸의 연대 행진은 분할할 수 없는 하나의 역사로, 만약 어떤 지역 주민들이 (행사에 참여할) 기회가 없다면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행사 취소에 따른 대안으로 불멸의 연대 프로젝트 홈페이지나 소셜미디어(SNS) 등에 시민들이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가족, 친척 등의 사진을 게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추나예바 의장은 "전승절 하루 동안 참전 용사들 사진이 우리 주위에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멋진 기념일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접경지인 벨고로드주와 쿠르스크주는 안보와 관련한 사유로 주 차원에서 주최하는 전승절 열병식도 취소한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는 매년 5월 9일에 전승절 행사를 열고 있다.
1945년 옛 소련이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 나치 정권으로부터 항복을 받아낸 날을 기념하는 행사다.
기념식 당일 러시아 곳곳에서는 다양한 군사 장비 등으로 러시아군의 무력을 과시하는 군사 퍼레이드 외에 러시아가 '대조국 전쟁'이라 부르는 제2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들을 기리는 각종 행사도 함께 열린다.
참전 용사 후손들이 선조들의 사진이나 초상을 들고 함께 거리를 걷는 불멸의 연대 행진도 이 가운데 하나다.
이 행사는 2012년 전승절 당시 중부 톰스크주 주도인 톰스크시에서 처음으로 시작됐으며, 이후 전역으로 확산했다.
2019년 전승절에는 러시아 내 도시·마을 3천700여곳에서 1천만명 이상이 행진에 참여했다고 타스통신은 전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코로나19 대확산(팬데믹) 영향으로 불멸의 연대 행진이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나, 지난해에는 러시아 대부분 지역에서 다시 이전 방식으로 행사를 열었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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