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여성 족쇄' 탈레반에 "가슴 아프지만 철수" 최후통첩
UNDP 사무총장 인터뷰…'5월 철수' 검토 고수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유엔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의 여성 활동 금지에 맞서 "가슴 아프지만 철수할 준비가 됐다"며 마지막 경고장을 날렸다.
아힘 슈타이너 유엔개발계획(UNDP) 사무총장은 17일(현지시간) AP통신 인터뷰에서 유엔은 5월에 아프간에서 철수하는 "가슴 아픈" 결정을 내릴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앞서 여성의 사회 활동에 족쇄를 걸어온 탈레반이 국제기구의 여성 직원에게도 출근을 금지하면서 유엔과 마찰을 빚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유엔은 11일 성명에서 "아프간 국민 지원과 규정 준수 사이에서 끔찍한 선택을 하도록 탈레반이 강요하고 있다"면서 사실상 현지 철수를 경고했다.
슈타이너 사무총장은 이번 인터뷰에서 "유엔 전체가 그곳에서 활동할 수 있을지 재평가하는 상황에 있다"면서 "하지만 인권이라는 기본 원칙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면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어 그는 "가슴이 아프다는 것 말고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면서 "만약 유엔이 아프간에 없었다면 수백만명의 소년, 소녀, 아빠, 엄마가 충분한 먹을 것조차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탈레반 정권이 유엔의 인도적 지원이나 긴급 지원을 막지는 않았다고 평가하면서도 "그들은 새로운 조치를 내놓으면서 자꾸만 골대를 옮겨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은 탈레반이 현지인 여성 직원의 유엔 사무실 출근을 막자 지난 5일부터 현지인 남녀 직원 3천300여명 모두에게 다음달 5일까지 출근하지 말 것을 통보했다.
유엔은 현재 아프간에서 여러 비정부기구(NGO)의 구호 활동을 모니터링하면서 지원하고 있다.
유엔이 현지 활동을 중단하면 최악의 경제난으로 신음하고 있는 아프간 주민의 고통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유엔은 아프간 주민의 위기와 관련한 어떤 부정적 결과도 탈레반 정권의 책임이라는 입장이다.
2021년 8월 아프간에서 미군이 철수하는 틈을 타 재집권한 탈레반은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엄격하게 적용하며 사회 곳곳에서 여성의 활동을 막아서고 있다.
한편 UNDP는 18일 발표한 2022년 아프간 보고서에서 빈곤에 빠진 아프간 주민이 3천400만 명으로 추정되며, 이는 2020년 1천500만명에서 급격히 증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프간 전체 인구는 4천만명으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85%에 달하는 주민이 빈곤층이라고 AFP 통신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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