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테러범, 선거제도 불만…아베국장에도 '반민주적' 비판"(종합2보)

입력 2023-04-18 18:39
"기시다 테러범, 선거제도 불만…아베국장에도 '반민주적' 비판"(종합2보)

日언론 "용의자, 작년 피선거권 연령 문제삼아 손배소"

살인미수 되나…살상력 높이려는듯 폭발물 통에 쇳조각 넣어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박성진 특파원 = 선거 유세 중이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향해 폭발물을 투척한 뒤 범행 동기와 관련해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용의자 기무라 류지(24)가 정치와 선거 제도에 관심이 많았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 "아베, 통일교 등 조직표 가진 단체와 유착 주장"

18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기무라는 지난해 7월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공직선거법이 정한 피선거권 조건으로 인해 입후보하지 못하는 것이 부당하다며 6월 고베지방재판소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일본에서 참의원 의원과 광역자치단체 지사는 30세 이상, 중의원(하원) 의원과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은 25세 이상이 돼야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지난해 기무라는 피선거권이 정한 참의원 의원 출마 기준에 연령이 미치지 않았고, 공탁금 300만 엔(약 2천900만원)도 준비하지 못해 선거에 나설 수 없었다.

기무라는 이러한 규정이 평등권을 보장한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며 10만 엔(약 98만원)을 배상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변호사 없이 홀로 법정 싸움을 했고, 1심 법원은 공직선거법의 연령 요건과 공탁금 제도가 합리적이라고 판단해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불복한 기무라는 항소했고, 오는 5월께 오사카고등재판소의 2심 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기무라는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조직표를 가진 단체와 유착된 기성 정치인으로 평가하며 작년 9월 열린 아베 전 총리 국장(國葬)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그는 이 소송 준비서면에서 "기시다 내각은 고 아베 국장을 여론의 반대가 다수인 가운데 각의 결정만으로 강행했다"며 "이런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은 용서받을 수 없다"고 적었다.

그는 또 아베 전 총리를 '기존 정치가'라고 평가하며 "계속 정치가로 있었던 것은 구 통일교와 같은 컬트 단체, 조직표를 가진 단체와 유착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정치가가 있는 것은 피선거권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라고 호소했다.

일본 정부는 작년 7월 선거 유세 도중 사망한 아베 전 총리의 장례를 국장으로 하기로 각의 결정했다.

기시다 총리가 앞장서 추진한 이 결정에 대해 일본 내에서는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지적을 무시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기무라는 이 소송을 제기한 뒤인 지난해 9월 24일 자신이 거주하는 가와니시(川西) 시의회의 시정보고회에도 참가했다.

당시 행사에는 약 70명이 참석했으며, 기무라는 시의원 급여 등을 적극적으로 질문했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기무라는 이 자리에서도 오구시 마사키 중의원 의원에게 "시의원 선거에 나가고 싶지만 나갈 수 없다"며 "헌법 위반이기 때문에 피선거권 연령 기준을 낮춰야 한다"고 호소했다.

다만 오구시 의원은 "피선거권 문제가 사건을 일으킨 동기인지는 모르겠다"고 요미우리에 말했다.



◇ 살인 미수 추가 적용 가능성…살해의도와 폭발물 위력이 초점

수사 당국은 기무라에게 3년 이하 징역이나 50만 엔(약 488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위력업무방해 혐의 외에 형벌이 더욱 무거운 살인 미수죄를 추가로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기무라의 행위에 살의가 있었는지 여부와 폭발물의 위력이 초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사 당국은 기무라가 지난 15일 폭발물을 투척한 와카야마현 와카야마시의 사이카자키 어시장에서 조사 작업을 진행해 전날 폭발물 낙하지점으로부터 약 40m 떨어진 창고 외벽에 직경 5㎝ 정도의 팬 자국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길이가 약 20㎝인 은색 통 형태 폭발물의 파편은 청중 위를 통과해 창고의 3m 높이 벽면에 부딪힌 뒤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 경찰은 "파편이 조금 낮게 날았다면 중상자나 사망자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요미우리는 기무라가 던진 폭발물 통에 너트와 같은 금속 부품이 여러 개 장착돼 있었다고 수사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와카야마현 경찰은 폭발 시 너트가 날아가도록 해 위력을 강하게 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보고 폭발물의 구조 등을 조사하고 있다.

총기 전문가들은 파이프 폭탄에는 살상 능력을 크게 하기 위해 안에 못을 넣거나 밖에 너트 등 금속류를 붙인다고 소개했다.

요미우리는 또 "용의자 자택에서 화약 원료로 추정되는 분말과 금속제 파이프, 공구류 등을 압수한 경찰은 기무라가 폭발물을 직접 만들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폭발물이 설계상의 실수나 화약 상태로 인해 바로 폭발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기무라가 던진 폭발물은 낙하 이후 50초가량 지나서 터졌고, 기시다 총리는 바로 피신해 다치지 않았다.

기무라의 사건 당일 동선을 조사하고 있는 경찰은 그가 아침에 가와니시 자택에서 출발해 폭발물과 칼 등을 지참한 채 대중교통으로 2시간 넘게 이동한 뒤 범행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교도통신은 "기무라의 가족이 '(기무라가) 사건 당일 0시께 집에 있었지만, 아침에 없었다'고 수사 관계자에게 말했다"며 "총리의 유세 일정이 사건 전날 자민당 홈페이지에 공표돼 있어서 이것을 체크한 용의자가 자신의 행동권 내에 총리가 방문하는 기회를 노려 와카야마에서 습격을 결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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