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이번엔 공영방송과 신경전…대놓고 '정부 돈' 꼬리표(종합)
미 NPR·영 BBC 이어 캐나다 CBC 트위터 계정에 '정부 출연 매체' 딱지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미국 기업인 일론 머스크가 이번엔 주요국 공영 방송의 트위터 계정에 대놓고 '정부 돈'을 받는다는 딱지를 줄줄이 붙이며 대립각을 세웠다.
로이터,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머스크는 17일(현지시간) 그의 트위터 계정에 "정확하게 해봅시다"라며 "그렇다면 '70%는 정부 조달'이라고 쓰는 건 괜찮나요?"라고 올렸다.
이는 앞서 트위터가 미국 NPR, 영국 BBC에 이어 이날 캐나다 CBC 등 공영방송을 상대로 신경전을 개시한 와중에 나온 것이다.
트위터는 이들 방송의 공식 트위터 계정에 '정부 출연 매체(Government-funded Media)라는 표시를 달았는데, 이에 방송사가 항의하는 상황으로 번지자 머스크가 '그렇다면 정부 출연 비율을 70%라고 적시하면 되겠느냐'는 취지로 말싸움에 나선 것이다.
머스크는 지난해 "표현의 자유를 지키겠다"며 트위터를 전격 인수해 경영 중이다.
이날 트위터는 CBC(Canada's public broadcaster)와 불어 버전 방송인 라디오-캐나다의 공식 트위터 계정에 대해 정부 출연 매체라는 표시를 달았다.
이에 대해 CBC와 라디오-캐나다는 성명을 내고 트위터의 이러한 규정이 명백히 잘못된 정보라고 주장하면서 트위터 공식 계정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청자들에겐 다른 SNS 계정을 이용해달라고 당부했다.
CBC 등은 "트위터는 우리에게 정부 출연 매체라는 표시를 달아 러시아나 중국 등 국가의 주요 매체처럼 분류했다"라며 "이런 규정은 사실이 아니고 기만적인 행위"라고 밝혔다.
이들은 공공의 자금 지원을 받지만 캐나다 방송법에 의해 편집 독립권을 보호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트위터는 우리 언론인들이 캐나다 독자들과 소통할 강력한 도구임엔 틀림없지만 우리의 독립적인 지위를 오류 없이 설명하기엔 정확성과 프로 정신이 떨어진다"라고 평가했다.
AFP는 트위터가 이런 결정을 내리기 전 캐나다의 보수 야당 의원으로 평소 CBC에 적대감을 보이면서 재정 지원 중단을 주장해 온 피에르 푸알리에브르가 지난주 트위터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에게 CBC를 정부 출연 기관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서신을 보냈다고 전했다.
푸알리에브르 의원은 이같은 사실을 공개하며 "투명성 제고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2021~2022년 CBC 예산의 3분의 2는 연방 정부에서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푸알리에브르 의원의 행위에 대해 "많은 캐나다인에게 중요한 방송 콘텐츠와 문화를 공격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트위터는 미국 NPR과 영국 BBC 등 공영방송에 정부 출연 기관 등의 표시를 붙여 논란을 일으켰다.
트위터는 당초 NPR에 '국영 미디어'(state-affiliated media) 딱지를 붙였다가 NPR의 항의를 받고 정부 출연 기관으로 수정했다.
BBC에 대해선 시청자의 수신료를 주요 수입원으로 하고 있다는 회사 측의 수정 요구를 받아들여 '대중 출연(publicly funded) 기관'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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