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선진국 '공급망 재편' 강조 속 "분열 우려" 목소리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미국과 중국·러시아간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서방 선진국들이 공급망 재편을 강조하는 반면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진행 중인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 총회에서 지정학적 갈등 속에 세계 경제전망 상의 최대 위협요인에 대한 평가가 극명히 갈리고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주요 7개국(G7) 등 민주주의 부국들은 전쟁이나 전염병, 권위주의 정권의 강압 시도로부터 자국 경제를 더 잘 보호하기 위해 공급망 상의 '탄력성'(resilience)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G7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들은 전날 회의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탄력성'과 '탄력적'이라는 표현을 15차례나 사용했다.
제레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훨씬 안정성이 떨어지는 세계에서 모든 국가는 더 탄력적인 공급망을 갖추기를 원할 것"이라면서 에너지·기술·핵심광물 등 모든 종류의 의존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등이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파트너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는 이른바 '프렌드쇼어링'에 나서면서 세계 경제가 분열되고 블록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크리스티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이날 "우리가 공급망 보장에 나서면서도 세계를 신냉전으로 몰고 가지 않도록 더 단호해질 수 있는지가 문제"라고 밝혔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라구람 라잔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미중 관계가) 분열되고 있다"면서 "각국이 미중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매우 어려운 입장이 될 것인 만큼 (미중 관계가) 나머지 세계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최근 워싱턴DC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도 이러한 견해차가 드러났다고 전했다.
캐나다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재무장관이 "권위주의 경제에 대한 전략적 취약성이 우리 안보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말한 반면 프랑스 브루노 르메르 경제장관은 "분열을 피하고 협력 강화 가능성을 열어놓기 위한 공동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은 자체 공급망을 강화하고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참여국 등 개발도상국과의 유대 관계 강화에 나서는 상황이라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bs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