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여성탄압 논란 속 은둔의 지도자 음성 메시지 공개
공개석상 등장 않고 아프간 남부에 은신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지난 202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정권을 잡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탈레반 최고지도자의 음성 메시지가 공개됐다고 AP 통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은 공개 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은둔의 지도자'로 불리는 아프간 탈레반 최고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의 몇개월 전 음성 메시지가 12일 트위터 계정에 공개됐다고 전했다.
탈레반 정부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가 최고지도자의 메시지라고 공개한 이 음성 녹음에서 아쿤드자다는 "정의는 탈레반 정부의 생존을 위한 도구"라고 강조했다.
그는 "하지만 만일 정의가 없고 억압과 이기심과 살인과 복수가 있고, 재판 없는 살인만이 있다면 이 나라는 파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종교학자들의 올바른 결정과 정부의 적절한 결정 이행을 통해 파멸을 방지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무자히드 대변인에 따르면 이 음성 메시지는 5~6개월 전 불특정 장소에서 아쿤드자다가 탈레반 관리들에게 한 연설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근거한 통치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되는 이 녹음 메시지가 왜 지금 공개됐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AP 통신은 오디오 메시지의 음성이 아쿤드자다의 것인지 자체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었다고 전했다.
이슬람학자 출신의 아쿤드자다는 전임자 아크타르 모하마드 만수르가 지난 2016년 파키스탄에서 미군의 드론 공습으로 사망한 후 탈레반 최고지도자에 지명됐다.
이후로도 그는 공개 석상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남부 칸다하르 지방의 탈레반 근거지를 거의 떠나지 않아 은둔의 지도자로 불린다.
그는 2021년 8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고 집권한 이후 성직자 모임에서 연설하기 위해 딱 한 번 수도 카불을 방문했다. 하지만 그때도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등을 돌린 채 청중 앞에 등장했다.
그의 사진도 몇년 전에 찍은 것 1장 밖에 공개된 게 없다.
탈레반에 관한 여러 권의 책을 저술한 파키스탄 언론인 아흐메드 라시드는 아쿤드자다의 녹음 메시지가 여성 권리 축소, 인도주의적 위기와 같은 탈레반이 직면한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전혀 다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고지도자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면서도 "이 메시지는 주민들과는 무관하다"고 언급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선 탈레반 집권 이후 여성에 대한 탄압 강도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아쿤드자다는 여자들이 초등 6학년 이후 중·고등학교 과정과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는 또 여성이 비정부기구(NGO)와 유엔에서 일하는 것을 금지하는 칙령을 발표하기도 했다.
아프간 여성들은 현재 공원이나 체육관, 공중목욕탕 출입이 금지된 상태다. 이들은 의무적으로 얼굴까지 모두 가리는 의상을 입어야 하고, 남자 친척 없이 홀로 여행도 할 수 없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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